현대그룹이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6천억원 규모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매각이 성사됐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현정은 회장의 지배구조가 공고화됐다는 분석이다.
17일 현대그룹은 보유중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8.8% 전량을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 코퍼레이션와 현대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으로 6천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하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은 현대상선 47.67%, 현대글로벌 24.36%, 현정은 회장 등 13.43%, 현대증권 3.34%다.
신설 SPC는 자본금 3천4백억원 규모로 오릭스와 현대상선이 7:3의 출자비율을 가지고 각각 2천400억원, 1천억원을 출자했다. 향후 SPC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재매각할 경우 현대그룹은 원금과 함께 투자차익을 오릭스와 공유하게 된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영권은 오릭스가 갖게된다.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현대그룹의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가 해소된다. 현대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글로벌 지분 59.21%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최대 주주가 바뀌면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리지만 현대글로벌과 계열사들이 현대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9.95%을 매입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 매입 자금으로 1천2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또한 현대그룹이 지난해 말 계열사,자산매각을 통한 3조3천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자구안이 상당부분 이뤄지게 된다. 현대그룹은 자구안 발표 이후 현대상선 액화석유가스(LNG) 운송사업 부문 매각, 외국자본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장증자 등으로 2조1853억 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현대상선의 부채 중 4천7백억 원을 갚았다. 이번에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6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목표치의 80%를 달성했다. 현대그룹은 앞으로 금융계열사인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3사를 매각해 최소 7천억원의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당초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IPO 시장이 얼어붙자 매각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아래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