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한국루터회 원종호 목사.   ©NCCK '교회와 세계'

"500년 전 종교개혁은 방향을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에 나침반이 되어 줄 것입니다"

기독교한국루터회(총회장 김철환 목사) 실행위원이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 대외협력국장으로서 실무자로서 기념사업의 기획을 맡고 있는 원종호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원 목사는 특히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해 "루터의 "믿음만으로, 은혜만으로, 성서만으로!"(sola fide, sola gracia, sola scriptura)라는 말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거나 하나님과의 수동적 관계 맺기가 아니다"며 "500년 전 말씀 없이 전례만으로 드려지는 예배와 교회가 면죄부를 강제로 판매하고 이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곳에 대한 반박이었고, 이는 물신주의에 대한 배격 그리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초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원 목사는 인터뷰를 통해 루터회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하는 기념대회의 의미와 준비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원종호 목사의 인터뷰 일문일답.

■ 루터회와 기독교한국루터회(이후 한국루터회)는 어떤 곳인가?

- 원종호 목사 : 루터회는 1517년 일어난 말틴 루터의 개혁 정신을 이어받은 교회다. '믿음만으로, 은혜만으로, 성서만으로!'(sola fide, sola gracia, sola scriptura)라는 개혁적 전통만 잘 알려졌지만, 초기 교회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예배 양식과 복음적인 설교를 중심에 둔 균형을 추구하는 교회다.

루터는 "아기를 씻긴 욕조 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리게 되었다"고 열광주의자를 질책하며, 루터와 그를 따르는 이들은 복음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것만 가려내고 좋은 점들을 그대로 발전시켜왔다. 루터회에 있어 말씀과 성례전은 두 기둥이다. 함께 예배를 드려보면 알겠지만, 루터회의 예배는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나님으로부터 회중에게 오는 것과 회중으로부터 하나님에게 가는 '오고, 감'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예배 속에 녹아있다.

한국루터회의 첫 인연은 독일 루터교인인 칼 귀즐라프 선교사가 1832년 서해안에 들른 것부터 이지만, 의료봉사와 구호활동 국제루터란아워에서 KBS로 음반을 기증하는 등 작은 실천들이 모여 한국전쟁이 끝난 1958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52 교회 5천 명 정도의 작은 교회지만, 기독교 통신 강좌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등 한국교회 역사에서 큰 영향을 끼쳐왔다. 잘 알려진 베델 성서와 루터란아워가 대표적이다.

Q.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루터의 "믿음만으로, 은혜만으로, 성서만으로!"(sola fide, sola gracia, sola scriptura)라는 말은 성경을 문자적으로 보거나 하나님과의 수동적 관계 맺기가 아니다.

500년 전 말씀 없이 전례만으로 드려지는 예배와 교회가 면죄부를 강제로 판매하고 이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곳에 대한 반박이었고, 이는 물신주의에 대한 배격 그리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초점이 있다. 방향을 잃어버린 한국 개신교에 오늘의 현실에도 루터의 말은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Q. 종교개혁 500주년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 원종호 목사 :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가 이미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서의 준비는 좀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남은 3년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50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한 번 한국교회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한국루터회는 500주년 기념대회를 위한 운영위원회와 실무팀 등 조직을 끝마친 상태고, 계획도 어느 정도 세워두고 실질적인 활동도 올해 초부터 하고 있다. NCCK의 경우는 기념대회를 위해 교단별로 1명씩을 추천받아 구성할 예정인데 아직 세부적인 구성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7월 말이나 늦어도 8월 초에는 구성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성 후에는 한국루터회와 연계해 사업을 좀 더 촘촘히 엮을 계획이다.

많은 이들이 기념하는 것을 뛰어넘어 한 걸음 도약하는 기념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개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 아직 한국교회가 개혁 정신을 뛰어넘기에는 현실적인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500주년 기념대회에는 종교개혁 정신을 되새기고 그 정신을 한국교회 아래로까지 전하는 것을 나의 역할로 생각하고 기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기념 활동으로 기념음악회와 기념주화, 우표, 스티커 등을 제작하고, 교단을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500주년 기념교회 건립도 추진 중이다.

또, 개혁 정신의 발자취를 쫓아가자는 취지로 종교개혁지 탐방 순례를 기획하고 있다. 1년에 4차례 해설이 깃든 종교개혁 역사탐방을 기획하고 있다. 10~20여 명 정도를 한 번에 가게 될 계획이며 전문가와 함께 역사적 현장을 돌아보고 오늘의 한국교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큰 행사는 없지만, 세미나 심포지엄을 통해 힘을 모아나가는 일은 계속할 예정이다. 특히 출판과 교육교재 전문가들과 함께 평신도 교육교재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말한 저변확대 차원이다. 어린이 성서 교재 발간도 준비 중이다. 사실 이 사업은 연합사업의 일환이기보다 루터회가 추진하는 베델성서 어린이 버전이다. 하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초교파적 신앙 훈련을 지향해온 베델성서가 어린이들에게도 올바른 성서 교육을 이루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독일교회가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독일교회의 날을 모델로 해, 평신도 중심의 '한국교회의 날'을 조직해 보려 한다. 우리도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면 좋겠지만, 독일이나 서구 사회만큼, 다양한 지역 콘텐츠가 없어서 개최 주기는 좀 더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

세부적인 기획은 위원회 구성이 완료돼야 하지만 큰 그림은 대충 이 정도다.

Q. 연합사업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기념사업을 하며 가장 중심에 두고 있는 건 무엇인가?

- 원종호 목사 : 중심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강조점이라고 해야 하나? 모두가 다 인지하고 있지만, 한국 개신교의 침체는 숫자의 감소가 아니다. 내적 성숙도의 문제다.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힘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내적 성숙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내공 부족이다.

개혁 정신의 근본을 찾는 것도 그러한 내공을 기르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초교파적 사업을 해왔지만 NCCK와의 연합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적정도 있었고, 사무적 환경이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위의 동료들 잘 도와주고 있고, 느슨하지만 기본을 지켜가려는 활동이 매우 좋다. 배우는 것도 많고 안목도 커진 것 같다.

마찬가지로 500주년 기념사업도 3년이란 짧을 수도 혹은 길 수도 있는 이 시간을 협의와 개혁이라는 기본 정신에 초점을 맞춰 조율해 나갈 생각이다.

보통의 한국교회가 그렇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해왔던 활동에 비해, 한국루터회도 정치적으로 조금 보수적이다. 연합과 일치가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임을 여기서 많이 경험한다. 그리고 NCCK의 연합 사업이 결코 사회 참여에만 있지 않다는 것도 보게 된다. 배울 점이 많다. 루터회의 참여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계속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NCCK 교회와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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