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못지않게 노출 욕구가 강해진 사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기다. 대중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노출함과 동시에 타인의 삶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SNS로 드러내는 개인의 사생활은 고백의 형태를 띤다. 말투나 내용은 일기 형식이지만, 철저히 타인의 눈을 의식한다. 편집된 내면의 모습, 즉 '꾸며진 거짓'인 셈이다.

'꾸며진 사건'과 '들여다보기', 서울대미술관이 이 두 가지를 키워드로 전시회를 마련했다. 10일 개막한 '가면의 고백'이다. 투명하게 보이는 미디어 시대에 고백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전시다.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가면의 고백'에서 따왔다.

고백 예술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를 비롯해 김민경, 김아영, 김형무, 난다 등 국내외 작가 23명의 회화, 설치, 영상, 사진 43점으로 구성했다.

36장의 헝겊 천으로 만든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은 자전적 내용을 주제로 한다. 책 형태인 작품은 고백과 동시에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정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정문경은 안과 밖을 뒤집어 겉과 속의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오제훈은 진짜 나무와 진짜 같은 나무, 나무 사진으로 구성된 사진을 통해 현실과 진짜보다 더 리얼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김민경은 자신이 현재 머물고 있는 방에서 사용하던 여러 오브제를 가져와 한 곳에 재배치하는 작업, 예기는 자신이 사는 곳과 마주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음자적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진, KKHH(강지윤·장근희)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K씨의 흔적을 쫓아 오프라인에서 그를 추적하는 영상 작업을 내놨다.

SNS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황연주는 개인의 경험이 미디어를 통해 타인과 공유되고 확장되는 작업을 소개한다. 김아영은 신문에 기사화된 끔찍한 폭동이나 살인 등의 사건을 재구성해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을 걸었다.

26일 오후 2시 김성헌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가면 예술로 태어나다', 8월30일 오후 2시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노출과 관음의 경계-소셜네트워크'를 주제로 강연한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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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