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놓고 양국이 설전을 벌였다. 양국은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 및 인문교류 고위급 회담 중이다.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IB 설립을 놓고 미국은 "이미 아시아개발은행(ADB)가 아시아지역 인프라 투자와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AIIB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사키 대변인은 "세계은행과 ADB는 지배구조와 환경·사회적 세이프가드, 조달, 지속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수십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참여를 제안받은 한국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정상회담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중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하기도 했다.
미국 또한 한국의 AIIB 참여로 중국이 아시아 경제구도를 재편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것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다.
대화에 참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미국의 불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지원을 명분으로 중국판 세계은행인 AIIB 설립을 추진하며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미중의 입장 차이가 나오는 중에 AIIB가 ADB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본 의견이 나왔다. CSIS의 크리스토퍼 존슨 수석고문은 AIIB가 아시아 지역에서 갖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느냐는 질문에 "브릭스(BRICs) 개발은행이나 AIIB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경제) 구도를 손상시킨다기보다는 일종의 평행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행사에는 중국의 왕양 부총리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했다.
첫날 대화에서는 ▶거시경제 구조개혁 ▶무역투자협력 심화 ▶금융협력 심화 등 양국 경제 현안은 물론 ▶북핵 문제 ▶미·중 신형대국관계 ▶위안화 환율 ▶사이버 해킹 ▶인권 ▶동·남중국해 영토 분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60개 현안을 놓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