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놓은 관피아 문제 해법 중 5급 공무원 채용방식의 변화는 바람직 하지 않으며 '엄격한 퇴직 관리'가 해법이라는 주장이 제기 됐다.
8일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진행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토론회에서 '전관예우와 관피아 문제의 해결, 국가혁신의 출발'을 주제로 강의한 진재구 교수(청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한국인사행정학회장)는 "소위 관피아 문제는 고위관료들이 퇴직 후 과거 자신들이 감독하고 규제하던 민간기업이나 협회에 재취업함으로써 정부규제의 칼날을 무디게 하거나 민간기업과 협회에 유리한 법령과 정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제도화되고 집단화된 관료부패'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관피아 문제, 엄격한 퇴직 관리가 해법
그러면서 진 교수는 "정부의 관피아 문제 해법은 우리 사회 전반의 도덕성 회복과 '전관예우'라는 서열문화의 파생물을 불식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공직자들의 '퇴직관리'를 합리적으로 행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정부의 '관피아' 문제 해법 중 5급 공무원 채용방식의 변화는 긁어부스럼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행정고시로 통용되는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5급 공채)의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담고 있는 논리는 이번 세월호 사태에서 드러난 관료들의 전문성 결여와 민관간 유착의 문제가 5급 공채 방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정부의 진단과 해법은 틀렸다"고 했다.
이는 "관피아 현상의 중심에 5급 공채 출신의 고위공무원이 있고, 따라서 5급 공채를 없애거나 채용규모를 대폭 축소하면 된다는 식이다"며 "이러한 접근법은 우리 사회의 대학서열화 중심에 서울대가 있으니 서울대를 폐지하면 대학서열화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법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현재 관피아 현상의 핵심에 고위공무원이 있다고 해서 관피아 현상이 그 공무원의 채용방식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논리는 틀렸을 뿐만 아니라, 5급 공채의 축소 대안으로서 거론되는 5급 직위의 민간경력자 채용 확대 정책은 새로운 민관유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간경력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공직에 들어오지만 단기적으로만 근무하다, 공직에서의 인적네트워크와 근무 경력 등을 이용해 민간부문에서 사업자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 "5급 공채제도가 폐지되면 7급 공채 출신이나 민간경력자 출신 관피아가 형성될 것은 자명하다"고 했다.
이에 더해 5급 공채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이고 민간경력자를 채용하면 관료의 비전문성과 무능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박약한 낙관론'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의 업무 중에는 오히려 민간 부문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전문가를 찾을 수 없는 분야가 더 많다는 점, 민간경력자 채용과정에 참여해본 제 경험에 의하면 오랫동안 민간기업에 근무한 경력자들은 학교를 갓 졸업한 5급 공채 신입 공무원에 비해 오히려 공익과 봉사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박약한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은 민간경력자 채용제도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덧붙여 "정부가 내놓은 이 방안은 공직의 충원경로를 다양화하고 개방성과 경쟁성을 높이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것이지만, 관피아 문제의 척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틀린 해법이다"고 강조했다.
■ 퇴직 공직자·현직자간 접촉 차단 규제 법규 필요
진 교수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관피아 현상 해법 중 의미가 있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개정을 통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확대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보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기간의 연장(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1년 연장), 업무관련성 범위의 소속기관으로의 확대, 취업제한 기관의 안전 감독 등을 담고 있다"고 했다.
또 "업무관련성 범위를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하였다는 점과 취업제한기관의 대상을 확대하였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면서도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재직자나 퇴직자 그리고 민간기업체 등의 행위제한을 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공직자윤리법상 퇴직공직자의 행위제한은 퇴직자의 '부정한 청탁 또는 알선 금지'에 그치고 있고, 재직자의 경우 '자신의 업무 유관기관에 대한 취업 청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위제한의 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퇴직공직자와 재직자간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기업들이 현직에 있는 공직자나 퇴직자에게 취업을 제안하는 행위'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했다.
또 "퇴직자의 '부정한 청탁과 알선 금지' 조항은 '퇴직공직자와 현직자간 접촉을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공직자 재취업과 행위 제한을 규정하기 시작한 1962년의 '뇌물수수 및 이해충돌 등에 관련된 형법 강화 등에 관한 법' 도입 후 여러번의 개정을 거쳐 마련된 현재의 재취업과 행위 제한 규정인 미국 연방법전 18편 270조를 보면 매우 광범위한 행위제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조항을 소개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퇴직 공무원은 재직 중 본인이 직접 상당 부분 관여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현직 공무원에 연락을 취할 수 없다(영구제한)'
또 '퇴직 공무원은 퇴직 후 2년간 재직 중 본인 책임 분야 하에 있었던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현직 공무원에 연락을 취할 수 없고', '특정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1년간 재직했던 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없다'
더불어 '부통령, 각부 장관, 그리고 백악관 소속 차관급 공직자는 퇴직 후 2년간 재직했던 부처 또는 고위공무원단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소속 부처 불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없다'
■ 공직자윤리위원회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내용 공개 필요
진재구 교수는 이어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있어서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예외규정이나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취업에 있어서 교수로 취직하는 것은 허용하는 등 각종 예외 규정이 너무 많아 취업제한기관 확대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또 "취업제한기관을 정하는 기준으로 주로 사용되는 규모뿐만 아니라 기관 업무의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며 "비영리민간단체인 것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상 이윤을 추구하는 기관이거나 정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이나 입찰에 참여했던 기관의 경우 규모에 상관없이 취업제한기관에 포함시키는 등 실질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가 과거 공직자들의 부패를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내용에 대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진교수는 "취업심사에 참여했던 공직자윤리위원들의 판단이 적절한 것인지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입장에서 상시 감시할 수 있는 투명한 제도 운영이 지속되어야 공직자윤리위원회 운영과 취업심사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