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대표 김영한, 이하 샬롬나비)이 8일 "하나님의 뜻이란 인간의 책임과 악인에 대한 하나님의 정의로운 심판을 포함한다"며 문창극 사태 이후 '신정론'과 관련되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신학적 토론에 대한 논평을 내놓았다.
샬롬나비의 이번 논평이 나오게 된 계기는, 지난 6월 말 한 방송에서 문창극 사태 관련 토론을 하던 중 "문창극 전 후보와 (문 후보에 대한 과거의) 샬롬나비 논평을 지지한 자들은 하나님의 뜻을 오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샬롬나비는 "진리를 세우기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교회의 연합을 위해 신학적 설명을 개진한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논평을 통해 먼저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장 큰 고통과 숙제는 좌우의 이념 갈등으로 인한 사회분열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저번 문창극 전국무총리후보 사건에서도 이런 좌우이념 갈등이 여실히 노출됐다"며 "한국교회의 연합이 이 시대의 하나님의 긴급한 요청임을 확신하며, 이번 문 전후보 발언을 둘러싸고 다시 드러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대립과 갈등이 치유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어 샬롬나비는 "민족의 수난이 하나님의 뜻이란 말은 하나님의 정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역사의 원리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보는 것이 예언자적 시각이다"라며 "민족의 수난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문 전후보가 말했을 때, 이 명제가 불의한 강자의 악행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둔갑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하나님은 불의한 강자편이 아니며 그들에 의해서 억압당하는 의로운 약자편"이라고 전제하고, "일제강점을 하나님의 뜻 안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한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들의 행동은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 것이 된다는 논리는 개혁신학적 입장에 대한 오해이며 왜곡"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하나님은 악한 일본에 대해서 심판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관점"이라며 "보수적 해석도 하나님 앞에 교만한 강대국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말한다"고 했다.
또 샬롬나비는 문 전후보의 민족의 수난에 대한 발언에 대해 "고차원적인 하나님의 섭리를 말한 것"이라 주장했다. 샬롬나비는 "민족의 수난을 하나님의 뜻이라 말했을 때 그것의 의미는 정의의 하나님이 악한 자를 들어 그보다 선한 자를 징계하고 연단하신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악한 자가 그보다 의로운 자를 심판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이 하나님의 정의와 모순된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예언자들은 정의의 하나님이 현재는 악인들을 사용하셔서 그의 백성을 징계하시지만 종말에 악인의 악을 심판하시고 그의 백성을 구원하실 것을 소망으로 제시한다"고 했다.
샬롬나비는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앙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하나님의 섭리로 우리 민족이 일본에 의해서 수난을 당하고, 남북이 분단되고 6.25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보는 관점은, 진보적인 비판이 말하듯이,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숙명론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했다. 악인을 들어서 의인을 징계하시고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말하는 것은 숙명론과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샬롬나비는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예로 들어 "악인이 의인을 억압하는 현실을 하나님의 섭리로 이해하면서, 이 현실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작용되고 있지만, 하나님은 악의 조성자가 되지 않으며, 각 사람은 그분의 정의의 심판대 앞에서 자신의 행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며 "하나님의 절대주권이 모든 사건의 궁극적인 원인이 되지만, 인간의 자유의지는 사건의 이차적인 원인이 되며, 하나님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해서 그의 절대적인 주권을 이루시는 것"이라 설명했다.
결국 일제강점과 6.25와 통일을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할 때, 이것은 인간 자유의지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역사진행의 원리인 하나님의 주권을 말한 것이란 말이다. 샬롬나비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신앙을 숙명론으로 매도하는 것은 성경적인 종교개혁적인 신앙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고 설명하고, "오늘날 인간의 자유의지와 이에 따른 행동이 마치 하나님의 섭리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는 인본주의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말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예언자적인 시각"이라 했다.
또 샬롬나비는 "민족의 시련이 번영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은 승리주의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진보적 해석은 한민족이 시련을 통해서 번영을 이루고, 이를 통해서 세계사적인 사명을 감당하게 된다는 주장을 승리주의로 비판한다. 시련을 통해서 번영에 이른다는 논리는 십자가의 약함으로 대변되는 예수님의 길과 대조되며, 승리주의의 신학적 왜곡이라고 보기도 한다. 샬롬나비는 "악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해서 강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설사 시련을 통과하여 얻는 것이라 해도 십자가의 길과는 반대되는 승리주의라는 것"이라며 "이러한 논리가 한국교회 안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샬롬나비는 "이런 진보적 해석이 성장을 추구하면서 번영을 추구하는 승리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고, "오늘날 대형교회들과 많은 목회자들이 번영신학, 승리주의에 물들어 있음이 사실이기에 이에 대한 비판은 정당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족의 시련이 번영을 가져오게 하고 이것을 통해서 세계사적인 사명을 감당한다는 논리를 그 자체 승리주의로 보는 것은 하나님의 복 주심에 대한 오해"라고 지적하고, "정의의 하나님은 의인들에게 복을 주시고 악인들을 심판하신다"며 "하나님이 우리민족을 징계하셔서 더욱 도덕적으로 바르게 되고 하나님의 정의를 시행할 때 복을 주시는 것을 믿는 것은 승리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믿음"이라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신학적 토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된 보수와 진보의 갈등에 대해, 샬롬나비는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각자의 약점을 인정하고 서로 열린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보수진영에 대해 샬롬나비는 "그 동안 범해 온 과오를 인정해야한다"고 지적하고, "보수교회는 약자에게 공감하고 강자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정의 편에 서지 못하고 오히려 약자보다는 강자 편에 서왔다"며 "불의한 정권에 대항하여 하나님의 뜻을 말하면서 오히려 불의를 정당화해 왔고, 하나님의 정의를 예언자적으로 선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샬롬나비는 "하나님의 섭리를 말하면서 불의한 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인간의 자유의지에 근거한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오늘의 한국교회 안에 퍼져 있는 승리주의, 번영주의 신학을 강하게 비판을 해야 한다"며 "보수진영은 진보진영의 교회와 사회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진보진영에 대해서도 "경건성과 개혁신학에 근거한 보수진영의 현실이해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의 사명은 분열된 한국사회를 화해시키는 일인데, 하나님의 정의의 주장은 분열된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샬롬나비는 "이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자신들의 제한된 이해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경청하면서 소통과 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