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神學)으로 갈라진 한국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교계 원로 학자들로 구성된 신학연구소가 공식 출범했다.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는 7일 오후 4시 서울 종로 연지동 한국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창립기념 및 신학과교회 창간 감사예배를 드리고 모든 것을 한 분이신 하나님과 한국교회에 봉헌했다.
이날 혜암신학연구소 초대 소장인 이장식 박사는 인사말을 통해 "어릴때부터 친한 친구가 부산 고신대에 들어가서 30년 후에 고신대학의 대학원장이 됐다. 홍반식 박사라고 구약학 박사이다"며 "이 친구가 하루는 '이(장식) 박사가 쓴 책과 글을 열심히 읽었다'고 해서 긴장을 했는데 칭찬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박사는 "우리의 사랑과 우정이 교파가 다르고 신학이 달라서 희생이 되지 않은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했다"며 "교파가 다르고 신학이 다르지만 우린 하나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희생된 사랑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사람이 뜻을 모았다"고 연구소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이장식 박사는 "특히 장로교회 안에서 많은 것이 희생이 됐다"며 "그리스도교는 한 형제라는 일치감이 있는데 친구와 형제들 사이에 사랑이 희생이 되고 친교가 희생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 뜻에 같이 동참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창간된) '신학과교회'가 모든 교파의 연구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혜암신학연구소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숭실대 명예교수)는 "한국교회가 참으로 존경하는, 진보진영이나 보수진영 모두 다 존경하는 이장식 선생님의 혜암신학연구소 개소를 축하드린다"며 "저도 여기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특별히 개회예배 설교를 부득이 맡게 되었다"며 거기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혜암신학연구소가 이장식 선생님의 기본적 입장과 같이 특별한 진영의 연구소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가 참으로 대화하는 그러한 연구소라는 의미에서 저에게 보수교회의 대표로서 설교를 하라고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신학과교회 편집위원장)가 제안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혜암신학연구소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첨예한 이때 교권을 넘어서서 양심적이고 학자적인 지성을 가지고 윤리와 도덕성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는 신학적인 지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우리가 존경하는 노(老)선생님의 하나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토양과 복음의 씨앗'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장식 박사는 "저는 해방 전 한국교회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 한국교회도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국에서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토양을 셋으로 생각하면, '단단하게 된 길바닥'과 '가시덤불 넝쿨'과 그리고 '옥토'를 거론할 수 있다"며 '단단하게 된 길바닥'은 무속신앙, '가시덤불'은 오래된 재래종교와 일본식민통치, '옥토'는 유대의 풍속과 유사한 한국의 풍속·정치풍토였다고 전했다.
'정치풍토'에 대해 전하며 이장식 박사는 "1세기 전후에 유대인들의 정치풍토와 기독교가 한국에 들어올 때의 정치풍토가 비슷하다"며 "유대나라는 로마제국의 통치 하에서 압박을 받고 살았고 우리도 이조 왕조가 몰락하고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아 나라를 잃은 그 당시에 기독교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마치 유대나라가 70년 전후에 망국이 되어버리고 예루살렘 중심으로 예수의 새로운 왕국이 시작된 것처럼 두 나라의 정치풍토가 대단히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대의 초대교회 운동은 종교적으로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는 하나의 새로운 하나님 나라 운동이었다"며 "이런 예수님의 운동 외에도 메시아 왕국 운동이 일어났지만 다 실패했다. 그런 것들은 정치적인 운동이었고 반로마 메시아 운동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장식 박사는 이어 "여러가지 악조건들 가운데서도 한국의 메시아 왕국이 잘 성장해 간 것은 소위 네비우스 선교정책 때문이라고 한다"며 "그런데 그 정책이 그(네비우스)가 선교한 30년 동안 중국 땅에서는 실패한 것이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네비우스의 선교정책 첫번째인 '자전운동'에 대해 언급하며 "당시 한국에서는 대중운동을 한다든지 대집회를 한다는 것이 없었는데 유독 교회 안에서만 수천명을 모아놓고 목사들이나 한국 지도자들이 큰소리로 외쳤다"며 "이것은 교회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장식 박사는 "그것은 개인의 전도를 위한 전도운동일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모시는 하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이었다"며 "비정치적인 하나의 국가운동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때 즐겨 쓰는 이야기가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모세의 지도로 출애굽한 민족 해방 이야기였다"며 또 "교회에서 선생들이 가르치는 노래 가운데 자유, 평등, 평화 이런 노래가 많았다. 이런 노래를 교회 밖에서는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교회가 정치단체가 아니지만 (목회자들이)예수를 믿으면 개인이 구원을 받을 뿐 아니라 민족이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의 설교를 했다"며 "그래서 일제시대 조선 총독부가 제일 감시를 많이 한 것이 우리 한국교회다. 불교도 유교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장식 박사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모시는 하나의 비정치적인 왕국 운동을 했지만 속마음은 한국도 얼른 정치적으로 독립이 돼서 국가가 됐으면 하는 염원이었다. 이 염원이 없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소위 신앙과 애국이 두 수레바퀴처럼 같이 갔지 결단코 신앙 따로 애국 따로 가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당시 '자전운동'에는 개인전도뿐 아니라 예수를 믿는 것이 나라도 구원받는 것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다분히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박사는 '자급선교정책'에 대해 말하며 "이때 한국은 중국보다 가난했지만 교회 짓는 것, 교회 유지하는 것들이 교인들의 돈으로 다 됐다. 교회 청소하는 것도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주일학교 교사, 찬양대원도 자원봉사했고 성탄주일에 양말 한켤레 사례 받으면 그것으로 족했다"며 "교회를 사랑해서 자원봉사했다. 오늘같이 돈 받고 교회 봉사하는 것이 아니었고 전부 우리 돈으로 했다"고 시대상을 전했다.
이장식 박사는 "한국 교인들은 메시아 왕국을 자기들의 헌금으로 유지해갔다"며 "이것은 한 국가의 유지는 국민의 납세에 의존한다는 이치와 같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자치(自治)정책'에 관해서 이 박사는 "당시는 총회·노회·당회 법이 있는데 그 법대로 총회는 총회대로, 노회는 노회대로, 당회는 당회대로 잘 되고 권위와 질서가 서서 분쟁으로 교회가 갈라지고 교파가 갈라지는 일이 없었다"며 "교회의 법이 권위가 있고 목사가 존경을 받고 장로가 존경을 받았다. 오늘의 교회와 큰 차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의 권위가 '자치' 아닌가?" 반문하며 "한 나라가 서려면 그 나라의 법이 서고 그 법의 독자성을 가지고 잘 다스려가고 그 법에 모든 백성이 복종하고 그렇게 돼야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장식 박사는 결론적으로 "삼자운동, 이것은 예수를 믿어서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는다는 '개인전도'이지만 더 나아가서 한 국가가 사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해방 직후에 뜻밖에 갑자기 해방이 되어서 신생국가가 됐을때 기독교인들이 국가의 각 분야에 가장 많이 진출했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적인 국가, 나라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신생' 국가의 건국과 운영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혜암신학연구소 창립기념 예배는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편집위원장)의 사회로 강근환 박사(전 서울신대 총장)의 기도, 설교에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명예교수), 정일웅 박사(전 총신대 총장)의 축도 순으로 진행됐다. 또 한신대학교 채수일 총장, 한신대 신학대학원 연규홍 원장 등 교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했다.
혜암신학연구소 자문위원들로는 강근환 전 서울신학대학교 총장 (교회사), 김균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 김영한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 김이곤 한신대학교 명예교수 (구약학), 김홍기 전 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 (교회사), 서광선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철학적 신학), 손승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기독교교육학), 오성종 칼빈대학교 신학대학원장 (신약학), 이경숙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구약학), 정일웅 전 총신대학교 총장 (실천신학), 조인형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역사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