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반군에 점령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서 1,600년만에 처음으로 미사가 중단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최근 보도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 지역인 에르빌(Erbil)의 칼데아 정교회 수장인 바샤르 와르다 대주교의 외신 인터뷰들을 인용해 이와 같이 전했다.
이라크 기독교 인구는 전체의 3% 미만으로 대부분이 칼데아 정교회에 속해 있다. 이라크에서 칼데아 정교회는 2,00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를 통틀어 그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급증한 이슬람 분파 분쟁과 반기독교 테러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이어 최근 수니파 반군과 시아파인 정부군 간의 내전이 일어나면서 기독교인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달 수니파 반군 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가 모술을 장악한 이래로 모술과 그 인근 지역의 기독교인들이 피난길에 나섰음을 보도했다. 한 때 모술에서 기독교 인구는 3만여 명을 웃돌았지만 현재는 3,000명 가량만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모술 인근의 대표적인 기독교인 지역인 카라코시(Qaraqosh)에서는 5만여 명 주민 대다수가 피난해 이제는 거의 버려진 마을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독교인 피난민들의 대부분은 비교적 안전한 쿠르드 자치 지역으로 피신해 있으며, 에르빌 역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당도한 마을 중 하나다. 와르다 대주교는 40여 가족이 에르빌 안카와 지구에 도달해서 임시 피난처와 노인들을 위한 안식처를 제공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급하게 피난길에 오르면서 생필품을 챙겨 오지 못한 상황이기에 지원이 절실히 필요로 된다고 에르빌의 지역 교인들 전했다.
한 교인은 "이들 피난민들은 음식과 식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침구 역시 절실히 필요하고 낮 동안 기온이 45도씨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냉방기 역시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와 노인이 있는 가족들에게는 이러한 물품들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모술에 남은 교인들, '지즈야' 부과로 인해 고통
한편, 모술에 아직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특히 ISIS가 모술의 행정력을 모두 장악한 이래로, 기독교인 주민들에게 인두세인 '지즈야(jizya)'를 부과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특히 그 액수가 최소 250달러에 달해 대부분이 빈곤 계층인 기독교인 주민들에게는 극심한 부담이 되고 있으나, 납세를 하지 않을 시에는 공격이 뒤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는 지난달 말 모술에서 ISIS에 의해 가족을 잃은 뒤 한 기독교인 가장이 자살한 사건을 보도하기도 했다. ISIS 요원들은 인두세를 내지 않았다며 그의 눈 앞에서 아내와 딸들을 잔혹하게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술의 한 기독교 주민은 "모술의 경제적 상황은 매우 좋지 않고 경제적 지원이나 일자리도 없다. 끼니조차 잇기 힘든데 어떻게 인두세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절망적으로 말했다.
이라크 인권고등위원회(Iraq's High Commission on Human Rights)의 살라마 알 카파지 박사는 "기독교인 주민들은 내게 찾아와서 이러한 세금을 도저히 낼 수가 없다며 '어떻게 할까요, 자살이라도 해야 하나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라크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이에 최근 에르빌에 모여서 모술에서 고통 받고 있는 교인들과 이라크의 기독교 공동체를 '구조하기' 위한 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앞으로 ISIS가 이라크에서 기독교인 공동체를 말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칼데아 정교회 바그다드 교구의 사아드 시롭 주교는 "이러한 위기는 수니파와 시아파 무슬림 간의 화해를 통해서만 타개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양 분파가 협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반면, 군사적 개입은 이라크나 시리아의 상황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화해를 위한 평화적 중재를 촉구했다.
시롭 주교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문제들을 용기를 갖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지금 우리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