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감독님께서 기르신 제자들이 하는 경기를 웃으시면서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11일 고(故) 조성옥 감독의 영산재(靈山齋)가 열린 종로구 구기동 자비정사.
추신수(29·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비롯해 부산고와 동의대 출신 조 감독의 제자들은 영산재가 열리는 내내 가버린 은사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목탁 소리와 곡이 울려 퍼지고 조 감독을 기리는 가마 행렬이 불단에 다다르자 자비정사의 묘심화 스님이 기도문을 낭송했다.
이어서 조 감독의 약력 소개가 끝나자 눈시울이 붉어진 추신수가 추모사를 읊기 위해 조 감독의 영정사진 앞에 섰다.
추신수는 "정말 야구만을 사랑하시다가 많은 좋은 제자들을 남기고 홀로 가시게 돼서 너무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메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래도 감독님은 참 행복한 분"이라며 "생각해 주는 지인과 제자들이 있으니 편히 가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은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핸드폰에 아직도 감독님 번호가 있는데 통화 버튼을 누르면 언젠가 받으실 것 같다"며 "제가 클리블랜드에서 하는 경기를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흐느꼈다.
추신수는 이윽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많은 제자가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지도자가 돼서라도 그 마음을 이어받아 더 많은, 좋은 제자들을 키워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보내드려야 할 때인 것 같다"며 "한국을 널리 알리는 선수, 감독님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최고의 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영산재를 위해 부산에서 올라온 손아섭(롯데)도 "며칠 전부터 계속 감독님이 보고 싶었다"며 "롯데에서 3번으로 뛰는 것 보여 드렸으면 뿌듯해하셨을 텐데 안타깝다"며 슬퍼했다.
이밖에도 동의대 출신 윤지웅(넥센)과 부산고 출신 손용석(롯데), 김태군(LG) 등이 영산재에 참석해 은사를 보내는 자리를 지켰다.
추신수 등의 은사인 고(故) 조성옥 감독은 1980년대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 뛰었으며 은퇴 이후 부산고와 동의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2009년 7월 간암이 발병해 향년 48세에 별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