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진행된 기독교연합신문 창간 26주년 기념 포럼 '한국교회 10년을 준비하다'에서 최태연 교수(백석대 기독교철학, 기독교인문학연구소)는 '문화 속에, 문화를 심는 기독교세계관'을 주제로 발제하며 '문화혁신가 예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예수님은 당시 1세기 유대인 사회의 문화를 수용하셨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변형시키셨다. 예수님은 혁신적이셨다"며 "예루살렘의 율법학도들이 아닌, 변방 갈릴리의 어부들을 제자로 삼아 세상을 구원하는 교회의 사도들로 삼으셨다"고 했다.
또 "당시 죄인으로서 멸시받아 경건한 유대인들이 멀리하던 세리와 창녀들을 친구로 삼으셨다"며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신성불가침인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시면서 예수님은 유대문화에 도전하셨다"고 했다. 그는 "왜냐하면 예수님 자신이 율법의 제정자이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예수님은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시면서 하나님은 절대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유대인의 신학적 한계에 정면 도전하셨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기독교는 예수님처럼 기존 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사용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어둠과 증오의 문화를 빛과 사랑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며 "가까운 예로 1970년대 허무와 마약에 빠진 히피들에게 복음을 전해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로 만든 갈보리채플의 척 스미스 목사와 Jesus Rock을 만들어낸 최초의 CCM 아티스트들을 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당시 새롭게 떠오른 세속적인 락음악을 기독교적인 동기와 감정과 가사로 편곡해 새로운 기독교 대중음악을 만들어 냈다"며 "이것이 바로 예수님을 따르는 '문화 혁신'이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교회와 신자는 이 세상의 문화를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의 깨우침에 따라 변화시켜야 한다고 믿는다"며 "목회자나 문화사역자가 아닌 모든 신자가 이 문화변혁의 활동을 하나님의 소명(calling)으로 받아 일상생활과 직업 속에서 이루어 가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 문화소명은 예수님의 지상명령(마 28:19~20)과 함께 가야 한다"며 "기존의 문화 속에 새로운 기독교문화를 창출해서 우리의 삶의 방식으로 만들고 전도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성경에 가르침에 적합하면서도 사회적으로도 적실성이 있는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세계관으로 현대문화를 변화시켜 나갈 때 주의할 점'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의 복음주의 역사가 조지 마스덴(G.Marsden)은 그의 책 '근본주의와 미국문화'에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의 미국 근본주의 기독교의 문화적 태도를 지적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들은 복음전도를 통한 영혼구원과 개인적 경건을 강조해서 성적 방송, 낙태, 음주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했지만 극장에 가는 일이나 춤을 추거나 카드놀이나 경마, 심지어 대중소설조차도 모두 죄악으로 생각했다"며 "그들에게 죄가 되지 않는 문화는 클래식 음악 같은 고급문화 뿐이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신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19세기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공식 문화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고급문화론에 빠졌다"며 "그 결과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는 20세기에 무서운 속도로 확산된 영화와 대중음악과 댄스를 모두 적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태도는 한편 신자들을 세속문화로부터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하나님의 주신 자연스러운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게 만들며 문화에 대해 폐쇄적이고 수동적이 되게 한다"며 "그 결과 세속문화를 적극적으로 변혁하지 못한 채, 미국적 삶의 방식과 물질적 성공주의에는 매우 관대하게 되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는 문화에 대해 성경적인 기준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실제로는 성경적 기준과 특정한 문화적 취향이 결합된 기독교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클래식문화라고 할지라도 이 세상에는 100% 선한 문화는 없으며 100% 완전한 특정 기독교문화도 없다"며 "한국 기독청소년의 신앙적 모습에 대한 문화적 대응을 고민하면서 특정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열린 태도로 새로운 기독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