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빈무덤 사건의 예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30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안병무홀에서 제175차 월례포럼이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우리신학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조민아 교수(미국 세인트캐서린대학교)는 '무덤에서 사라지다, 그리고 함께 돌아오다 - 기억의 지속과 확장을 위한 사회적 영성'이라는 제하로 발제하며 "단도직입적으로 '고통의 현장에서 왜 그리고 어떻게 신을 사유하고 표현하는가'라는 질문과, '영성신학이 채집하는 신에 관한 기억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응답하기 위해 신약성서가 기록하고 있는 고통과 혼란의 현장으로 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 고통과 혼란의 현장은) 어쩌면 세월호 이후 한달이 지난 오늘과 닮아 있는 그날, 죽음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던, 공포와 거부와 망각이 혼재하고 있었던, 그의 시체가 사라진 밤과 그것을 발견한 이른 새벽의 무덤가로...."라며 세월호 참사를 살펴보기 위해 예수의 시체가 사라진 '빈 무덤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날의 상황을 살펴보자. 빈무덤 사건을 전달하는 요한복음서 기자의 문체는 숨가쁘고 혼란스럽다. 바로 며칠 전, 제자들은 동료의 배신을 통해 무고한 스승이 잡혀가는 현장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들은 공포에 질려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 대신 스승의 뒤를 따르던 여인들이, 무자비하게 매질 당하고 고깃덩어리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는 스승의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자들은 다만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그들은 숨어 있어야 했다. 언제 그 폭력의 손길이 그들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므로. 그러나 아무리 철저히 숨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스승이 죽어가는 모습이 상상 속에서 떠오른다. 악몽이다. 죽음의 적막이 오히려 평화로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스승은 그렇게 사라졌다. 잔인한 기억만 남긴 채"라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는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제자들의 상황에 대해 묘사했다.
조 교수는 "지독하게 잔인했던 2014년 4월, 그 4월은 과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백 명 넘는 생명들이 바다에 방치되는 것을 우리는 보았고, 그들이 서서히 수장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며 "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살려 달라는 호소가 불통의 바리케이트에 막혀 길바닥에 내쳐지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떠난 이들이 살아갈 수 있었던 날들만큼 긴 세월 슬픔과 수치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그 해 80년의 봄처럼, 2014년의 봄은 우리를 오래도록 짓누를 원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결코 아물지 않을 상처가 될 기억과, 어서 빨리 잊고 싶어하는 욕구는 사고 한 달 후 전혀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 어지럽게 얽혀 공존한다"면서 "'영성'이라는 단어가 이미 상투어가 됐듯, 이 시점에서 던지는 내 질문 또한 상투적인 질문이 되어 습관적인 애도와 희망에 물타기 하며 결국 망각의 그물망을 넓히는데 기여하지는 않을까"라며 역설했다.
하지만 그는 "부활 이후 예수의 모습은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했던 사실은 진리가 선포되는 방식(계시)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제 제자들의 기억과 타인들의 증언을 믿는 것 뿐이며, 그 변화는 빈무덤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신이 침묵한 세상에서, 비어 버린 무덤 앞에서, 스승의 시신이 사라진 흔적 앞에서, 제자들은 망각으로 도망쳤으나 결국 돌아왔다"며 "그들은 사람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을 지탱하는 한, 기억과 기억이 엮이는 한,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자들은 사람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이름 없는 이들이 기억하는 스승 예수를 만나러, 그들의 기억에 자신들의 기억 또한 얹기 위해"라고 빈무덤 사건 이후 제자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특히 "'기억하라, 가서 나 대신 전하라'는 소박한 부탁은 예수가 그의 사람들에게 건넨 가장 최소한의 요구이면서, 본질적인 요구였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기억해달라, 잊지 말아달라'는 이 소박하지만 간절한 부탁은 오늘 세월호 현장에서 우리가 다시 듣고 있다"며 "우리는 세월호가 잃어버린 생명들을 끔찍한 참사의 희생자들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하는 세상을 열어 준 영웅들로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조 교수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빈무덤의 상상력과 그 언어들은, 나는 사회적 영성이란 우회적이고 탈권위적인 신학 영역에서 발견한다"며 "영성신학은 빈무덤으로부터 출발하는 신학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고 불명확하고 불안정한 기억들의 느슨한 연대를 꾸려내는 것이 사회적 영성이 제시할 수 있는 비전"이라며 "사회적 영성은 사람들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로 (세월호 참사에 대해 ) 요구한다. '잊지 마라. 한 달 뒤에도, 1년 뒤에도, 평생, 잊지 말아 달라. 잊지 않았다는 소문을 내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