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발언에 대해 신학적으로 검토하는 '긴급 신학토론회'를 개최했다.
NCCK는 "최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씨가 교회에서 한 강연 중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발언을 해 이를 전해들은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발언으로 인해 기독교인의 역사 인식과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고,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사회로부터 오해와 지탄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문창극 후보의 발언에 대해 전했다.
이어 "기독교의 올바른 역사인식은 무엇이며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응답을 위해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회는 홍승표 목사(기독교사상, 편집장)의 사회로 양현혜 교수(이화여대, 역사신학), 윤경로 교수(전 한성대 총장, 한국사),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 조직신학),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구약신학) 등이 함께했다.
양현혜 교수는 역사관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하게 역사관을 설명한다면, 과거 3.1운동 당시 역사관들을 볼 수 있다. 그때, 체제에 순응하는 구시대적인 식민사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사관, 기독교 사관 등이 있었다. 기독교 사관은 하나님이 공의로 역사를 이끌어가시고 약자를 보호하며, 그것을 이뤄낼 수 있는 공동체를 이끄셨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독교 사관으로 인해 당시 인구비율로 볼 때 소수였던 기독교인들이 3.1운동을 주도했고, 16살였던 유관순 누나까지 3.1 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이것은 정치적인 투쟁의 성격을 넘어,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신앙적 응답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은규 교수는 "성서적 관점으로 볼 때 하나님의 뜻이 형성됐는가는 고대 이스라엘을 돌이켜 보면, 거대한 제국 가운데 이스라엘이 생존해왔으며, 항상 이스라엘은 전쟁의 침략과 투쟁 속에 있었다. 그 생존 속에 형성된 사상이 구약과 신약 성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모세의 출애굽 사상 자체가 반제국 사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반제국주의적 사상은 구약 성서 전면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며 "성경 속에는 식민사관이 없었고, 반제국주에 대항하는 사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정경일 원장은 역사인식의 경우, 누구의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독교 역사와 성경 전통은 희생자 관점으로 봤다"며 "과거 NCCK의 신앙선언을 읽어보면 하나님은 눌린 자와 약한 자의 최후의 옹호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이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의 역사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경로 교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그분이 교회에서 역사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떻게 상식을 벗어나는 역사인식을 하고 있는지에 참 놀랍다. 그리고 불쾌했다. 대학교수를 하고 언론기관에서 일한 분인데 어떻게 저런 식의 역사인식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윤 교수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운명론 및 숙명론에 젖은 발언이었고, 특히 조선 500여 년 허송세월이었다고 했다는 부분은 정말 분했다. 조선왕조 시대에 찬란한 문화유산을 많이 남겼다. 어떻게 일본사람들이 한 얘기를 그대로 하는 것인가. 그당시 학교 다닐 때 식민사관을 배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경일 원장은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한 신학적 문제에 대해 "문 후보의 문제점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단순하다는 것은 역사관이 고통받는 자의 관점에서 보지 않았다는 점이고, 수많은 시민들의 맘을 아프게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왜 복잡한 문제이냐면, 그의 신앙인식과 역사인식의 관계이다. 그분의 발언을 들으면서 의문은 그의 역사인식이 신앙에 영향을 미쳤는가, 아니면 그의 신앙이 역사인식에 영향을 미쳤나라는 부분이다.한국교회의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이해가, 문 후보의 생각과 다를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한국교회 기독교인들도 만약 문 후보자의 생각과 동일하다면, 이 부분은 정말 우려스럽다"고 고민했다.
정 원장은 "문 후보 만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대형교회 목사도 하나님께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세월호를 침몰시켰고 아이들을 죽이게 했다라고 했다. 이 부분은 신학적으로 신정론과 연결돼 있다"며 "하나님의 의로움이 고통과 악의 현실에도 지켜져야 하기에, 하나님을 변호하는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신정론은 기독교인의 이성의 무덤인 것 같다. 어떤 주장도 나올 수 없다. 쉽게 신학적으로 결론이 날 부분이 아니다. 신정론이 계속 연구돼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신정론에 대해 고민을 했다. 신정론을 아주 단순하게 요약을 하면, 인간의 죄 때문이다. 인간이 잘못해서 벌을 받게 됐다. 이것이 징벌로써의 신정론"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 하나는 교육으로써 고통과 악, 장기적으로 연륜 속에서 교육하기 위해 고통과 악을 경험하게 했다고 하는 견해다. 이런 것이 전통적 신정론인데, 우리 죄가 얼마나 깊게 컸기에 유대인 수백만이 아우슈비치에서 죽어야 하고, 6.25 한국전쟁을 겪으며, 르완다에서 수백만 학살이 일어나야 하는가. 이렇게 신정론의 딜레마는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고통 받는 하나님, 전능하신 하나님이 약해지셨다는, 약하고 선한 하나님이라는 견해를 민중신학이나 신학자들이 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견해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해될 수 있고, 추상적 하나님이 아닌 사랑의 하나님을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통적 신정론에 대해 윤경로 교수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을 변호하기 위해 희생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모습이 있다면, 그런 하나님을 믿는다면 한국 기독교인들이 존재 의미가 있겠는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의대상이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등 모두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왜 교회를 가며 하나님을 믿나. 반기독교 운동이 더 크게 나타나지 않겠는가"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윤 교수는 "하나님의 뜻이란 말을 너무나 함부로 쓴다. 사건이 일어나면 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냐고 쉽게 발언한다. 역사를 주관자에 대해 또는 섭리의 뜻을 쉽게 말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하는 것이다. 반민족적 행위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규 교수는 "예수님은 약자의 편에 서있었다. 하나님의 뜻을 거론하며 과거부터 지배층들은 지배이념을 퍼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합리화해왔다. 하지만 하나님과 예수님은 그런 지배자들의 편에 있지 않다는 것을 신학자들은 다뤄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