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라는 말은 많이 하지만, 정작 '복음주의'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최근 현대기독연구원이 주최한 '20세기 세계복음주의 지형도 그리기' 세미나에서 이재근 박사(합동신대원)가 복음주의의 정의와 역사 개요 등을 정리해 전해 관심을 모았다.
이재근 박사는 "복음주의(evangelicalism)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표현이나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며 이것은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영미권에서도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역사적으로 복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몇 세기 복음주의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16세기 먼저 '복음주의'를 선점한 그룹은 '루터파'였다고 말하고, 오늘날 복음주의를 보수적이고 경건한 이미지로 인식하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 영미 개신교 부흥과 관련이 있다면서 웨슬리 형제(John & Charles Wesley)와 조지 휫필드(George Whitefield), 미국의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를 언급했다. 그는 "이들을 통해 오늘날의 복음주의 신앙이 형성됐고, 이것이 영국에서는 부분적으로 미국에서는 지배적으로 자리잡았다"면서 이후 찰스 피니(Charles Finney), D.L. 무디(D. L. Moody),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등을 언급했다. 특히 "19세기 당시 선교를 나간 많은 이들이 복음주의자들"이라며 "19~20세기 선교의 확장이 이뤄지고, 복음주의 신앙이 전파됐다"고 했다.
이후 19~20세기에는 근본주의와 현대주의자들 사이의 갈등이 일어났고, 근본주의가 패배했지만 그 내부에서 1940년대 "원래 기독교는 이렇지 않았다"면서 신복음주의(new-evangelicalism)가 등장했음을 이 박사는 알렸다. 풀러 신학교, 트리니티 신학교, 고든콘웰 신학교가 이러한 흐름에서 설립됐고, 크리스채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가 이러한 활동을 위해 만들어 졌다. 이 박사는 "이것에 재정적 지원을 한 사람이 빌리 그레이엄이지만, 그는 신복음주의자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지금은 이것을 굳이 신복음주의라 하지 않고, 그냥 복음주의라 한다"고 했다.
20세기에는 복음주의 정의가 더 어려워진다. 상황과 신학적 준거에 가져다 붙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박사는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복음주의라는 말 뒤에 '운동'이란 단어를 붙이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 그러한 가운데 데이비드 베빙턴(Davin Babington)이 '데이비드 베빙턴의 사각형'이란 복음주의 정의를 내놓았는데, 일각의 비판도 있었지만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베빙턴의 사각형'은 '성경주의, 회심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행동주의'로, ▶성경주의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을 준다'고 믿는 것 ▶회심주의는 '회심을 강조하는 것'으로, 종교를 바꾼다는 개종의 의미와 마음을 돌린다는 의미를 포괄하는 것 ▶십자가 중심주의는 '복음 전도에서 선포되는 핵심 내용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것 ▶행동주의는 '복음을 통해 회심한 것이 단순히 개인적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되어서 그 사람도 회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행동주의와 관련해 다른 종류의 개신교 신앙은 행동주의적이지 못했었다"고 말하고, "나머지 3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경주의'"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강연은 6월 24일부터 7월 22일까지 5주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 만날 수 있다. "복음주의 세계확산: 빌리 그레이엄과 존 스토트의 시대"(브라이언 스탠리)를 중심으로 복음주의의 세계화와 성경해석학, 변증학, 로잔 이후 복음주의 사회운동, 오순절/은사주의 운동의 등장 등의 주제가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