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탈성직주의 시대의 교회론'이란 주제로 공동심포지움이 진행되고 있다. 발제자들의 모습.   ©이동윤 기자

'탈성직주의 시대의 교회론'이라는 주제의 공동심포지움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이제홀에서 진행됐다. 생명평화마당·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청어람ARMC가 주최했으며, 이날 발제는 백소영 박사, 양희송(청어람ARMC 대표), 우진성 목사(과천영광교회)가 담당했다.

백소영 박사(이화여대 강사, 기독교사회윤리학)는 '권위 나눔, 여성주의적 리더십'이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여성적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소위 '대안적 리더십'을 말하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여성적 리더십'에 기대가 큰 것을 안다"며 "여성적 리더십은 공적 관계 안에서도 발휘되고 제도화돼야 할 대안적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 번도 생명을 돌보고 보듬고 어리고 약한 생명이 자라는 동안 기다려 주고 인내하는 '훈련'을 못 해본 남성들이 리더가 되어 만들어 놓은 이 사회 시스템을 돌아볼 때, 습득된 품성이라도 '여성적' 품성을 가진 리더들이 권위를 가진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도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1세기 신자유주의적 경쟁 시스템에서는 '따뜻하고 이해심 많고 인내하고 포용력이 있는 여성적 품성'의 소유자의 경우, 그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든 남성이든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적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 이유로 현 우리나라의 시스템에서는 양보하고 희생하고 이해하고 품어주는 '여성적' 성품은 '경쟁력 없음'이라고 읽힌다"며 "지극히 '여성적'인 여성이라면 취직보다는 '취집'이 답이라고 남들도, 스스로도 그리 여기는 마당"이라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진단했다.

이어 "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성성'이 있다면, 그것은 '매력적인 몸'이거나 '보조자로서의 전문성'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라고 말했다.

그는 "회장님 비서, 대형교회 목사님 비서와 같이(특정 직업 자체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보조자로서의 여성성을 전문화'한 경우도 현 시스템 안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여성적 품성"이라며 "집 안에서는 아내가, 회사나 교회 안에서는 여비서가 살뜰하게 남성, 회장님, 목사님을 보조하는 모습을 우리는 늘 봐오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위'는 남편이, 회장님이, 목사님이 가진다"며 "여성적 품성은 그들의 리더십이 잘 작동하도록 보조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백 박사는 한국교회 역시 가부장적 리더십 위주라며 "가부장적 남성 응시를 그대로 적용해 부교역자, 심방과 행정 담당 교역자, 교회 행사의 '꽃' 정도로만 여성 리더십을 배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존재하는 '위계적 리더십' 모습에 대해 "오늘날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다들 배운 만큼 배우고 세상에서는 책임있는 리더의 자리에 있는 평신도들조차, 제도화된 교회가 세워놓은 성직의 위계 앞에서 꼼짝을 못한다. 중세를 벗어난 것이 언제인데 여전히 '신민(臣民)'이다. 무조건 조아린다. 덕분에 '세월호 사건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단에서 선포해도, 그날 그 자리에서 그 말씀을 들은 수만 성도 중 단 한 사람의 평신도도 '아니요'라고 일어서질 않았다. 이미 그들은 '프로테스탄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위계적 리더십'에 대해 의문부호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 아래 여성'이라는 위계 뿐만 아니라, 남성들 사이, 여성끼리 갖게 되는 위계를 포함해, 인간 사이의 관계방식 안에 제도화한 그 모든 '권위의 위계'에 대해 '하나님의 통치질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가 선포했고 최초의 교회가 닮으려 애썼던 '하나님 나라의 통치 질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는 성령에 힘입어 모든 인간이 하나님 앞에 평등해지는 그런 질서"라고 힘줘 말했다.

백소영 박사의 발제에 이어, 양희송 대표(청어람ARMC)는 '탈성직 지향 교회의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양 대표는 "성직주의는 '성직자에게 부여된 특권적 지위'라고 할 수 있다"며 "교회 내부적으로 성직자와 평신도의 이분법적 사고를 고착시키고, 교회 내의 구조를 존재론적 위계로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양 대표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성직주의가 대두되는 몇 가지 요인으로 ▲목회자 개인의 권위주의적 성향 ▲신학 훈련 과정에서 목회자 정체성에 대한 성찰 기회 적음 ▲개 교회 및 목회자 집단 내에서 성직주의적 경향 강화 가능성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목회직의 기능이 아닌 목회자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CEO형 대우를 요구하고 매출증대(?)로 몸값을 입증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의 목회자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오늘날 목회자들은 자꾸 자신의 '유용성'을 입증받고자 하는 방향으로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를 자신의 직업 현장인 교회의 성과물로 평가받는 구조가 되어 있다. 목회적 기능은 가시적인 성과로 판별될 수 있는 것일까. 성도들의 삶에서 맺은 열매가 목회자의 월계관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성직주의 시대의 요구는 불필요하게 부여된 목회자에 대한 사회적·교회적 측면의 특권적 지위와 혜택을 중지하고, 신앙공동체의 필요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목회직의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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