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 종파분쟁을 계기고 미국과 이란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끊었던 협력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내 수니파 반군에 대해 미국이 행동에 나선다면 이란은 협력하는 문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일치 단결해야 한다고 밝혀온 바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슬람 내 소수파인 시아파 이슬람 국가다. 이라크 정부 또한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다. 이란은 최근 수니파 이슬람이 이끄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이 이라크 북부를 시작으로 수도인 바그다드를 위협하자 이란에 2천여명의 병력을 파견했다. 영국 가디언지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혁명수비대 중 민병조직인 '바시즈'(basiji) 병력 1천500명이 국경을 넘어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의 카나킨 지역으로 진입했으며,병력 500명은 이라크 와시트주의 바드라 자산 지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혁명수비대 중 정예부대인 '쿠드스'(Quds)를 이끄는 카심 술라이마니 소장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파견해 현지 방어태세 점검에 나섰다.
쿠드스 부대는 이미 이라크 정부군과 합류해 ISIL과 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또한 이라크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했다. CNN 등에 따르면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 북부에서 대기 중이던 니미츠급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를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걸프해역)에 배치했다. 또 미사일 순양함 필리핀시와 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도 함께 이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필요한 경우 공습이나 미사일 공격 등 작전 수행이 가능해졌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 지상군 파병을 제외한 모든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이란과 같은 진영에서 ISIL과 맞서면서 오랜 앙숙임에도 협력하는 모양새를 띠었지만, 실질적 협력까지는 미지수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를 지원하는 일에 대한 인식은 공유한다"면서도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존 케리 국무장관이 오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 핵협상 자리에서 이라크 사태를 이란과 논의할 뜻이 있음을 시사하면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30년만에 이해관계가 떨어진 양국이 향후 관계 개선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ISIL이 남쪽으로 세력을 뻗치며 바그다드 턱밑까지 위협하자 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사마라 지역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