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교(SBC)가 성 전환 수술을 포함해 선천적인 성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를 '비성경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이자 가장 보수적인 교단 중 하나인 남침례교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된 교단 연례 총회 기간 투표를 통해 이 같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성 정체성은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정해 주신 생물학적 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인간의 인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타고난 신체적 성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교단 산하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ERLC) 앤드류 워커 박사와 보이스칼리지(Boyce College) 데니 버크 박사에 의해 작성된 이 결의안은 "우리는 타고난 신체적 성을 자신이 인식하는 성 정체성에 따라 전환하려는 시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성 전환 수술뿐 아니라 호르몬 요법까지도 포함된다고 결의안은 명시했다.
이 결의안은 "하나님께서는 성을 구별해서 창조하셨으며 여기에 따른 남성과 여성의 역할도 뚜렷하게 정해 주셨다"며, "성 전환의 대가는 인간의 타락과 이에 응당하는 하나님의 저주"라고도 지적했다.
그런 한편, 결의안은 성 전환자들에게 "복음 안에서 부흥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초청하며, 모든 교회들에도 "성 전환자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이들 역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들임을 기억하면서 이들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행동들에 맞서 싸워 주길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총대들 대부분의 찬성 가운데서 무리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 같은 결의안이 논의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를 성 전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특히 타임지는 '미국에서 성 전환자가 흑인을 대신하다(The Transgender Tipping Point: America's Next Civil Rights Fronti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남침례교의 흑인 차별 정책에 빗대어, 이번 결의안이 성 전환자에 대한 일종의 차별 정책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버크 박사는 이러한 기사에 응수하며, "이제 미국에서 동성애가 주류로 편입한 것처럼, 성 전환 역시 주류로의 편입을 꾀하고 있다"며, 그 예로 공공학교에서 성 전환을 한 남학생이 여학생 화장실과 탈의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들이 우리가 교회로서 해야 할 일들에 긴급성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버크 박사는 또한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우리의 성 전환자 이웃들을 사랑하고 이들을 복음으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남침례교는 이번 총회 기간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하는 교단의 입장 역시 재확인했다. 총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토론을 이끌었던 남침례신학교 총장 앨버트 몰러 박사는 크리스천포스트에 "우리 교단은 이 문제를 지난 2000년 개정한 우리의 신앙 고백문을 통해 분명히 한 바 있다"며, "우리 교단이 다른 교단들처럼 동성애와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에서 흔들리거나 갈등을 겪을 일은 없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이 세대에서 남침례교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하거나 혼돈을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는 도전이 남아 있다. 따라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역시 토론에 참여했던 액츠29 선교회(Acts 29 Ministries)의 회장 맷 챈들러 목사는 "지난 1980년대에 남침례교는 성경의 무오성에 대한 입장을 확립했다"며, "따라서 (동성애나 동성결혼에 관한) 그 어떤 논의도 이러한 입장 속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남침례교가 미국성공회나 미국장로교처럼 동성애 논쟁으로 해를 입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