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금수원에 대한 2차 압수수색 도중 경찰과 구원파 신도, 취재진의 눈을 피해 대강당에 모여 낮잠을 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색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검찰은 일부 수사관들의 낮잠에 대해 즉각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합당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1일에 이어 금수원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이 이뤄진 11일 낮 검찰 수사관 10여 명이 구원파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장소인 대강당(예배당) 매트리스 위에 드러누워 잠을 자는 모습이 한 언론에 포착됐다.
당시 대강당 밖에서는 경찰 수백 명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지원하기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한 상태로 철통같은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취재진은 물론 신도들 역시 대강당에 드나들지 못한 채 밖에서 대기하는 상태였다.
수사관들이 잠을 자는 사이 땡볕 근무에 나섰던 한 여경은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고 또 다른 여경은 금수원 정문 앞에서 구원파 신도와 주민간 몸싸움을 말리다 몸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모(38) 경장은 수색 중 벌에 쏘여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구원파 측은 검찰의 낮잠에 "종교시설을 모욕한 행태"라고 반발했고, 누리꾼들도 '잡는 척 쇼하고 뒤로는 쉬쉬하는 정권의 시녀'라거나 '유병언을 못 잡는 이유를 알겠다', '잡으려는 의지도 능력도 전혀 안 보인다'는 등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검찰은 대규모 경력을 동원한 11일, 12시간에 걸친 수색에도 불구 최대 목표였던 이른바 김엄마(59·여)와 신엄마(64·여)를 검거하지 못했다. 수배자 5명과 수색을 방해한 신도 1명 등 모두 6명을 체포했을 뿐이다.
유 전 회장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누와 면봉까지 압수하며 법석을 떤 검찰이 한편으로는 압수수색 대상인 종교시설에서 버젓이 잠을 잔 만큼 수색 자체가 '심리적 압박용'이란 점을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엄중한 압수수색 업무에 임한 공직자 근무기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더욱 심기일전해 유병언 부자를 반드시 검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례적이고도 즉각적인 검찰의 이런 해명에도 불신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12일 오전 경력 6000여 명을 동원한 가운데 금수원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검찰은 이날 금수원 야산 등에서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수배자들을 쫓는 한편 지하 밀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음파 탐지를 할 예정이다.
검찰의 수색 영장은 24일까지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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