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초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돼 억류중인 김정욱 선교사에 대해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제의를 북한이 거부했다. 북한은 선교목적으로 입북한 김 선교사에게 '국가정보원의 첩자'라고 주장하며 '반공화국 적대행위'혐의를 씌어왔다.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시했다.
12일,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오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김정욱 선교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을 오는 17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개최할 것을 북한 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통문을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을 통해 통일부 명의로 북측 통일전선부 앞으로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판문점을 통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보내온 답신에서 "김정욱은 목사의 탈을 쓰고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기 위해 비법적으로 우리 지역에 잠입했다가 적발체포돼 우리 법에 따라 처리됐으므로 왈가왈부할 것이 못 된다"라며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일방적으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으면서 우리의 가족·변호인 접견, 석방·송환 요구는 물론 이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제의를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한이 우리의 제의에 호응해 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욱 선교사는 지난달 30일 재판을 통해 강도높은 신체형인 노동교화형(무기징역에 해당)을 선고받고 노동교화소(일반 형사사범 전용교도소)에 수감됐다. 무기교화형은 북한 형법 상 처벌수위로는 사형 다음으로 높다.
김 선교사는 침례교 선교사로 부인과 함께 오랫동안 중국 단둥지역에서 2~3곳의 북한 주민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며 선교사업을 해왔다. 그는 중국을 방문한 북한인들에게 전도 및 성경공부를 시켰다. 또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을 위한 국수공장을 운영해왔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 선교사는 북한의 한 사장이 지하교회의 공개와 선교를 위한 지원을 해준다는 제안에 따라 밀입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밀입북을 감행했으며 지하교회를 후원하기 위한 상당한 금액을 가지고 입북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조선중앙방송에 등장해 "반국가 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며 "북한을 종교적 국가로 바꾸고 지금의 북한 정부와 정치 체제를 파괴할 생각이었다"면서 "국가정보원에서 돈을 받았고 그들의 지시를 따랐으며 북한 사람들의 스파이 활동을 주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자비를 보여 풀어주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 탈북관련단체 관계자는 김 선교사의 인터뷰에 대해 "강압에 의한 것일 뿐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와 한국교회의 선행조지를 요구와 성도들의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김 선교사를 심한 노역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남협상용으로 활용해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면 풀어줄 것"으로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