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여야간 신경전속에 공전상태가 지속됐다. 이들은 기관보고 일정을 두고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진도에 국정조사 상황실을 직접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오는 16일부터 2주동안 기관보고를 실시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다음 달 14일부터 25일까지 2주 동안 하자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공식적으로 밝힌 기관보고 날짜 선정 이유는 월드컵과 7.30재보선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가 7.30재보선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주장하는 기간이 월드컵 기간과 겹처 대중의 관심과 멀어질 수 있다고 보고있다.
세월호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도 의원총회에서 "7월14일부터 기관보고를 받겠다는 야당 주장은 세월호를 노골적으로 재보궐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7·30 재보선 기간 동안 기관보고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특위와 관계없이 정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은 월드컵 때문에 기관보고를 못 받는다고 하는데 월드컵에서 8강까지 가면 7월에도 기관보고를 못받는 것 아니냐"며 "기관보고를 빨리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조 기관보고는 기관에 대한 조사다. 기관장이 증인으로 선서하고 하는 것으로 업무보고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자료제출 요구도 제대로 안 됐고 소위원회를 구성하지도 않았다. 기관보고를 하자고 할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충분한 예비조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보고를 받자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90일짜리 국조를 하는데 한 달 간 예비조사 기간도 갖지 않겠다는 것은 부실 국조를 하겠다는 것이기에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양측의 끝없는 신경전 속에서 이날 오후 4시 예정됐던 여야 간사 협의도 무산됐다. 다만 유가족 측에서 가족협의체를 우선 가동할 것을 제안, 오는 12일 가족협의체 구성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국회의 국정조사 공전을 보다 못해 진도실내체육관에 '국조특위 현장상황실'을 직접 차렸다. 이날 오전 실종자 가족 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는 진도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 남은 실종자 12명의 조속한 수색을 위해 국회가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실종자·희생자들 앞에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다가오는 장마철과 태풍을 걱정하며 국회의 조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