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8일(현지시간) 의회 과반 확보 실패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탈리아 향후 정국은 정파간 협의 결과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로 전개될 전망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오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만나 경제개혁안의 의회 통과 작업을 마무리한 후 사임하겠다고 밝힌 뒤 개인적으로는 조기 총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결정권은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일단 임무가 완수되면 총리는 자신의 권한을 국가수반(대통령)에게 넘길 것이며, 나는 대통령으로서 각 정파와의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가 사임한 후 이탈리아 정치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현재의 중도우파 연장을 확대하는 방안과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방안, 의회 해산 후 조기총선 실시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중도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신의 가장 충실한 측근인 안젤리노 알파노 집권 자유국민당(PdL) 사무총장이나 지아니 레타 내각차관에게 권력을 양도하고 연정 확대의 책임도 넘기게 된다.
올해 41세인 알파노 자유국민당 사무총장은 최연소 법무장관을 지낸 능력있는 인물이지만, 총리를 비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드는 데 앞장선 이력이 있어 야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알파노 사무총장이 새 총리직을 맡게 될 경우 베를루스코니의 연정 핵심 파트너인 움베르토 보시 북부연맹 당수의 협조를 받는 것이 절대적이다.
76세인 레타 내각차관은 집권세력 내부에서 거중 조정의 역할을 해왔으며 알파노 사무총장보다는 더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레타 내각차관 역시 야당으로부터 지나치게 베를루스코니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레타 내각차관은 지난 7월 베를루스코니와 결별한 후 최대 정적이 된 지안프랑코 피니 하원의장과 접촉하며 야권의 반발을 무마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경우 경제전문 관료 출신으로 여야의 고른 신임을 받는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 대학 총장이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이탈리아 정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올해 68세인 몬티 총장은 경제학자이자 유럽연합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냈다.
원래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가까운 인물이었으나, 최근 이탈리아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신문 칼럼 등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다.
만약 정치권 내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현 정부의 임기 종료 시점인 2013년 이전에 조기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조기 총선은 내년 1,2월에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 이탈리아 정치권이 어떤 경로를 택하더라도 경제위기 악화를 막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경제개혁의 실행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