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는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적인 행보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그가 권고한 말씀 "복음의 기쁨"을 신학적으로 토론하는 '가톨릭 개신교 합동 심포지엄'이 열려 관심을 모았다.
7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진리관 대강의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개신교 측에서 박종천 목사(감신대 총장, 세계감리교협의회 신학교육위원회 위원장)와 유석성 목사(서울신대 총장, 한국신학대학총장협의회 회장, 한국기독교학회 회장), 강성영 목사(한신대 교수, 전 한신대 신학대학원장)가 나서서 발표했다.
박종천 목사는 "성경적 고대 기독교의 위대한 부활"(복음의 기쁨에 대한 조직신학적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받은 성령의 선물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사랑의 복음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의 능력"이라고 말한 박 목사는 "이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복음의 기쁨'은 진정으로 사도적인, 곧 성경적이며 고대적인 기독교의 케리그마로의 회복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이것이 성경과 고대 교부들의 교훈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역사적 이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인격과 파스카의 신비에 다시 중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전통의 복원 없는 신학의 현대화는 변화하는 시대의 우상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 가운데에서 우리는 '시대의 징조'에 대한 복음적인 분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음의 기쁨'에 나타난 성경적 고대 기독교의 위대한 부활을 ▶복음에 의한 회심은 은혜의 가장 위대한 혁명 ▶복음화는 제국에 대한 반문화적 전도를 지향한다 ▶성령은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여금 새로운 복음화로서 토착화를 수행하게 하신다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봤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이 발표되었을 때, 마치 존 웨슬리 목사가 우리 시대로 다시 찾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특권과 안일을 버리고 가난한 자들과 사회적 양자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목회와 선교에 실천했다는 점에서 두 지도자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복음의 기쁨'을 읽으면서 존 웨슬리를 떠올리게 된 것은 웨슬리가 18세기 영국이 산업혁명과 근대 자본주의의 출현 한 가운데서 성경적 기독교의 복음을 전했다면, '복음의 기쁨'은 현존하는 가톨릭 교회와 정교회 그리고 개신교회의 경계를 넘어서 성경적 기독교와 고대 기독교의 복음적이고 에큐메니칼적인 신앙을 현대 세계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참 목자'(bonus pater)의 말씀이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사회적 혁명은 사회의 구조나 제도를 바꿀 수 있을지 모르나, 한 사람의 인격과 영혼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하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만이 인간과 사회 그리고 온 우주를 새롭게 창조한다"며 "오직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만이 맘몬의 제국을 복음으로 변화시킨다" 했다. 더불어 "오직 성령 충만한 하나님의 백성만이 새로운 복음화로서 토착화를 수행한다"고 했다.
유석성 목사는 "기독교 평화이해와 '복음의 기쁨'"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먼저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곳에 하나님의 평화가 있기에 기독교의 평화는 정의로운 평화 ▶기독교의 평화는 주어진 상태가 아니라 실현되어가는 과정 ▶기독교의 평화는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길이라 설명했다. 더불어 '복음의 기쁨'에 나타나는 평화 역시 기독교의 세 가지 평화 이해와 맥을 같이 한다며 공통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강성영 목사는 "타자와 함께 타자를 향한 길"('복음의 기쁨'의 에큐메니칼 사회윤리적 의미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권고인 '복음의 기쁨'은 이러한 시대에 종교의 참모습과 사명에 대해서 낮은 음성으로도 큰 울림을 주는 가르침"이라 평가했다.
특히 "'복음의 기쁨'은 그리스도인들을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에 초청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협력과 연대의 장으로 불러낸다"고 말하고, "그동안 교회일치운동이나 종교 간 대화 노력은 종교인들의 내적 울타리를 확장하는 만남의 공간이었는데, '복음과 기쁨'은 안과 밖, 성과 속,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넘어서 '타자' '다른 이'를 향해 담장을 허물고 나아가자고 외친다" 했다. 이 세계의 불의와 악으로 인해 고통 받는 타자와 함께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영적 동행'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목사는 "그 길이 바로 절대 무한한 큰 타자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며, 전환기의 도전 속에서 작아져만 가는 그리스도교가 인류의 일치와 구원을 감당할 만큼 더욱 커지는 길임을 알려준다"고 했다.
한편 '복음과 기쁨'을 주제로 열린 이번 가톨릭 개신교 합동 심포지엄은 자칭 '프란치스코 교황 전도사'로 알려진 박종천 목사가 가톨릭대 총장 박영식 신부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과 신학과사상학회가 공동주최했으며, 개신교 측 발표자 외에도 백운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신학과사상학회 회장)와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가 각각 "'복음의 기쁨'의 신약성경적 배경과 한국교회의 과제" "'복음의 기쁨' 배경과 의미"를 주제로 발표했다.
교황은 올해 8월, 한국을 방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