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를 수사중인 과정에서 호남고속철도 공사의 담합 정황을 포착했다. 4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민관 유착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후곤)는 2012년 6~7월 호남고속철도 궤도공사 입찰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이 나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시 호남고속철도 오송~익산 구간(1공구)과 익산~광주송정 구간(2공구)의 궤도 공사 입찰에서 철도 부품 업체인 궤도공영과 삼표이앤씨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컨소시엄은 사전에 입찰 가격을 조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있다.
1공구는 공사 예정가격의 89.03%(1316억7000여만원)를 적어낸 궤도공영 컨소시엄이, 2공구는 예정가격의 89.48%(1716억6400여만원)을 제출한 삼표이앤씨 컨소시엄이 각각 공사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8일, 삼표이앤씨를 비롯한 컨소시엄 업체들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들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는 등 사전에 투찰가격을 조율해 공사를 밀어주고 수주액의 일부를 나눠가졌을 가능성을 보고있다. 4대강 사업건설사들이 했던 담합 행위와 구조가 비슷하다.
또한 검찰은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필요한 레일체결장치 등의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등 공단 임원들이 개입한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 등이 2012년 8월 독일 부품 수입업체 AVT사(社)로부터 '납품업체로 선정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청탁성 금품을 받았는지 수사 중이다.
AVT와 영국계 P사는 국내 레일체결장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이 최모 공단 궤도처장과 공모해 경쟁 업체인 P사를 '아무런 근거 없이' 공사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실제 철도시설공단은 같은 달 산하 호남본부와 충청본부에 'P사가 자재 공급업체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배제할 것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내려 보낸 것이 적발됐다.
특히 철도시설공단이 호남고속철도 사업의 부품공급업자 선정 과정에서 레일체결장치의 부품인 탄성패드의 품질이 기준치에 미달하는 사실을 알고도 AVT사를 공급사업자로 선정한 점도 특혜 의혹이 짙은 부분이다.
AVT사는 독일 보슬로사의 국내 수입·판매업체로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과 인천공항철도 연계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출한 시험성적서에 부정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AVT와 영국계 P사는 국내 레일체결장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P사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사업참여 배제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