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의 축제인 '제15회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Festival)가 오는 7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다. 하지만 신촌동성애반대청년연대 등 종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이번 집회를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어, 당일 주최 측과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신촌동성애반대청년연대(청년연대)는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타까운 세월호 사건 애도 기간에 실시되는 동성애 집회 및 '빤스' 카퍼레이드"라며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청년연대는 '신촌 동성애 집회 및 '빤스' 카퍼레이드를 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슬퍼하고 애도하는 시기"라며 "대학교에서 예정됐던 축제와 같은 행사들도 취소되고 있는 실정임에도, 신촌에서 이와 같은 행사를 일주일 간 진행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대문구청의 행사 취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성적 취향을 과시하기 위해 동성애 홍보 집회와 '빤스' 카퍼레이드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이것은 국민들과 신촌 지역 대다수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청년연대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이 행사는 홍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올해는 신촌 연세로로 행사 장소를 옮겼다"며 "신촌의 중심인 유플렉스 앞에서 국내 동성애자와 더불어 아시아권 동성애자 2,000여 명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 부스를 신촌 연세로에 설치해 자신들의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7일에는 여러 대의 트럭을 이용해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빤스' 차림으로 신촌 지역을 카퍼레이드를 하며 동성 간 애정행각을 묘사하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청년연대는 신촌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과 대학생들 그리고 신촌상가에서 영업하는 분들의 분명한 반대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연대는 "최근 신촌 청년들이 퇴폐적인 동성애자들의 '빤스' 카퍼레이드를 막아서기 위해 모이기 시작했다"며 "한마음으로 이 동성애 집회와 '빤스' 카퍼레이드를 막아내자"고 함께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개신교에서도 '퀴어문화축제'를 저지하기 위한 '신촌퀴어문화축제저지연대(퀴어저지연대)'가 결성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지연대에 동참하고 있는 예수재단 대표 임요한 목사는 "6월 7일 1만 명 이상의 동성애자들이 모여서 동성애축제를 열고, 신촌 일대 대학가를 행진하려고 한다. 나라 망치는 동성애 행사는 저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임 목사는 현재 '퀴어저지연대'가 신촌 유플렉스(현대백화점) 광장에서 7일까지 철야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본질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때문"이라며 "(저들이) 성소수자 보호와 행복추구권 및 인권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인본주의적 접근이며 성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목사는 '퀴어문화축제' 등 동성애 문제에 대해 교계 지도자들이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생각보다 목회자들의 반응이 탐탁지 않다. 동성애자들의 항의에 지친 것 같아 보인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기도하며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퀴어문화축제'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축제 주요 행사인 퀴어 퍼레이드는 오는 7일 신촌 연세로에서 개최된다. 낮 2시부터 총 63개에 이르는 역대 최다 부스가 꾸며져 전시, 이벤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시작으로 개막무대와 퀴어 퍼레이드,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주최측은 '퀴어 퍼레이드'에 대해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기 위해 열리는 시가행진으로, 해외 퍼레이드에서는 대사관 및 기업들의 참여가 일반적이다"라고 전했다.
또, "한국 퍼레이드에는 처음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대사관이 참여해 부스행사는 물론 퍼레이드에 동참한다. 더불어 퍼레이드 파트너인 글로벌기업 구글 또한 행렬에 함께해 한국 성소수자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계획이며, 도쿄 퍼레이드 운영위원과 대구 퀴어문화축제 기획단이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7일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퀴어 퍼레이드는 오후 5시 30분 연세로에서 출발해 약 1시간 가량 신촌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연세로로 돌아오게 된다. 2km에 이르는 역대 최장 퍼레이드 코스를 준비됐다.
이외에도 축제 기간 동안 '퀴어영화제'를 중심으로 전시회, 토론회, 강연,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마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제 14회 퀴어영화제'가 개최되며, 축제 기간에 맞춰 서울 아이샵(iSHAP) 센터에서 인기 퀴어툰 작가 변천의 퀴어툰 전시 및 판매, 사인회가 진행된다.
더불어 성소수자의 공적 공간 사용 불허에 대한 토론회, 친구사이 20주년 기념 사업인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등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서대문구청의 행사 장소 승인 취소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지만, 축제는 예정대로 개최할 계획"라며 "한국의 성소수자는 물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의식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사랑이 혐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