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에게 아합이란 왕이 맘이 안 들긴 안 들었나 보다. 그를 죽이기 위해 꽤 고민한 흔적이 보이니 하는 말이다. 그 일을 위해 천상회의까지 소집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야훼는 "누가 아합을 꾀어 라못 길르앗으로 올라가서 죽게 할꼬?"라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왜 그냥 콱 죽이면 안 됐나?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좌우간 야훼라는 신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너무 너무 많다.
그때 한 영이 썩 나서서 이랬다는 거다. "내가 가서 거짓말하는 영이 되어 모든 예언자들의 입에 들어가겠나이다!" 자기가 예언자들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들겠다고 자청했다는 거다. 천상의 '영'이란 자가 야훼 앞에서 했다는 말 꼬락서니가 참으로 가관이다. 더 가관인 건, 이 제안에 야훼가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대로 해라."라고 허락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예언자들 입에 거짓말을 집어넣어서 아합을 속여 전쟁터로 내보내서 죽이겠단 말이다. 왜 굳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택했는진 모르겠지만 이 야훼란 신, 정말 이해불가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닌 신이다.
하지만 이건 실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미가야가 본 환상 속의 얘기였다. 그가 정말 이런 환상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미가야 본인만 아는 터이니 확인할 수는 없다. 그때 왕 편을 들었던 시드기야가 "야훼의 영이 방금까지 내게 있었는데 언제 네게 가서 그런 말씀을 했단 말이냐?"며 미가야의 뺨을 때리며 길길이 뛰며 야단했단다. 야훼의 영이 방금 전까지 자기랑 같이 있었는데 어느새 네게 가서 그런 말을 했냐는 거다. 참,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 얘기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잘들 논다!'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지금 장난하냐?' 이런 생각 말이다. 하긴 재미가 있긴 하다. 야훼의 영이 내게 이렇게 말했네, 그렇지 않아, 내게 이렇게 말했다니까... 하면서 다투는 꼴이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야훼가 거짓말하는 영을 사람에게, 그것도 자신의 말을 전하게 되어 있는 예언자의 입에 넣어준다는 얘기가 다른 한편으론 등골이 오싹하게 만들기도 한다. 혹시 내게도 이런 일 일어난 거 아냐 싶어서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난 그 동안 이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무릇 예언자가 하는 말도 글자 그대로, 말 그대로 야훼의 말씀이라고 받아들이지 말아라 라는 정도의 교훈을 주는 얘기로 읽어온 거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최근에 벌어졌다. 여의도 큰 목사가 이번 선거에 나선 두 사람에게 안수기도를 했다는 거다. 지금은 어떤지 몰라도 내가 들어온 소문으로는 큰 목사가 수십 년 전에는 안수기도로 병자를 많이 고쳤다고 했다. 물론 내가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 들은 것도 아니고 또 직접 경험한 건 더더욱 아니지만 그에게 안수기도를 받고 병이 나았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니 일단은 믿어 주겠단 말이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 큰 목사가 안수기도해서 병을 고쳤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이 양반 뿐 아니라 한때 안수기도해서 병을 고쳤다는 수많은 '능력자'들 중에는 나이가 듦에 따라 그 '영험'이 발휘되지 않아 전공을 다른 걸로 바꾸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큰 목사도 그 중 하나이고. 이젠 안수기도를 통한 병고침이 아니라 재테크를 통한 교회재산, 아니 개인재산 불리기 쪽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그런에 이 양반이 아주 오랜만에 과거 '전공'을 살리신 모양이다. 이번 선거에 나선 두 사람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하셨단 거다. 과연 과거의 '장기'가 되살아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 앞에 머리 숙인 두 사람은 그걸 바라고 머릴 조아렸겠지. 나는 그 효험은 별로 신뢰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가 누군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유의 기적 행위자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고 아합의 죽음에 대한 얘기가 전해지는 열왕기상 22장이 떠오른 건 그 사진을 보고 내 맘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걸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심지어 나조차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이 안수기도에 야훼가 응답하긴 했지만 그게 아합을 죽음으로 몰고간 '거짓말 하는 영'을 통한 응답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하는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열왕기 전례가 있는지라....
이런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가운데 한 가지 간절한 소원이 생겼다. 기왕에 한 안수기도니 효험이 있어서 두 사람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무언가가 기도로 치유됐으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소원 말이다. 둘 중 키가 크신 양반은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증상이 심각해 보이던데 전문가가 보면 오죽하랴! 울지 말아야 할 때 기꺼이 울더니 그 이유가 '자식이 안됐어서...'라는 기상천외한 답을 내놨다니 하는 말이다. 이외에도 그의 좌충우돌 발언을 들어보면 과연 이 양반이 제 정신인가 싶은 걱정이 드는 건 나만이 아닐 거다.
그나저나 여의도의 큰 목사님은 왜 그런 무모한 행위를 하셨을까?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양반에게 안수기도를 했으니 그 양반이 보기좋게 떨어지면 어쩌시려구. 내가 시간이 남아도나 보다. 별 걱정을 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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