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을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체제로 교체하는 방안을 두고 내홍을 벌인 국민은행 이사회가 다음달까지 휴전국면에 접어들었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금융감독원 특별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찰을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은행 이사회는 비용 효율화와 전산시스템 개방성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전산시스템 교체 사항을 결의지만 이건호 국민행장과 일부 사외이사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 달 이상 내분을 겪어왔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전산시스템 교체사업자 입찰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 행장은 이사회에 앞서 열린 경영협의회의 결정대로 주 전산프로그램의 유닉스 체제로 교체를 위한 재입찰을 시행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후 열린 이사회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전산시스템 교체 결정과정에서 왜곡이나 오류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금감원 검사 결과가 나온 후 입찰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서는 일단 내분이 봉합됐지만 경영협의회 결의사항을 이사회가 부결시키면서 이 행장의 리더십이 손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 행장에게 "5월 말까지 내분 사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지만 이행되지 않으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다. 이사회 역시 실질적 최고의사결정기구면서도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갈등만 공개적으로 드러낸 채 문제를 해결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금감원은 다음 달 중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국민은행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KB금융과 은행 경영진 모두 제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일각에서는 IBM와 유닉스의 주도권 대결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IBM은 국내 금융권 전산시스템을 독점해왔지만 최근 경쟁체제인 유닉스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외이사로서 이사회에 포진된 외부인사들이 전산시스템 입찰에 개입하면서 내분을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이 2000년대 들어 유닉스로의 전환을 두고 몇차례 갈등을 겪었고 2010년에는 지주 사외이사가 은행이 아이비엠의 전산기기를 선정하는 데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IBM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은행은 국민은행을 비롯해 우리,기업,SC,씨티등이며 나머지 농협,하나,신한,외환 등은 유닉스로 전산시스템을 전환했다.
IBM 메인프레임은 폐쇄형으로 보안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아이비엠의 독점 공급으로 가격이 비싸고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 유닉스의 경우 아이비엠, 한국에이치피(HP), 한국오라클 등 다양한 업체들의 경쟁체제일 뿐만 아니라 가격도 싸다. 집중형인 IBM과 달리 분산형이라 해킹을 당해도 피해가 제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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