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말씀, 찬송과 기도, 위로가 암 투병을 하는 내게 참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능하신 하나님만 믿고 신앙으로 이겨라'하는 충고는 참으로 엉뚱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더 크게 쓰시려고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이라는 위로와 설명은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믿고 기도하면 치유된다'는 언명은 내가 믿음이 없어서 이런 질명에 걸린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신앙과 종교가 내게 힘이 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오히려 이 질병을 통해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보고, 생각하고, 고통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가장 좋은 길을 제시한다는 데에 있다. 아니 그런 길 자체가 신앙이고 종교이다. 그것은 삶을 '방어'하는 진지(陳地)가 아니라 삶을 '탐색'하게 하는 문(門)이다. 물론 삶에는 방어하는 벽도 필요하고, 밖으로 나가게 하는 문도 필요하다. 막는 '방패'도 필요하고 전진하게 하는 '창'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 고집하면 결국은 실패하거나 죽게 되어 있다"
목회상담, 영성신학의 그루터기라고 평가받는 안석모 교수는 폐암 선고를 받은 후 1차 항암 치료가 마무리되던 무렵부터 페이스북에 자신의 투병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홀연히 세상을 떠났다.
그가 친구, 후학, 이웃들을 위해 남긴 투병기는 탁자 위 이론에서 침상 위 실제로 옮겨진 고통의 신학을 보여 준다. 저자는 자신을 성경 속의 욥과 동일시한다. 그러면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이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체득하고 신음하듯 내뱉는다. 욥에게 필요한 것은 신학적 해석이 아니라 공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해석에서 공감으로!"라는 치유의 키워드를 진한 고통과 함께 알려 준다.
안석모(1953.1.18~2013.5.5)교수는 충청도 시골에서 출생해 서울 유학 중이던 고등학교 시절 예수를 믿게 돼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감리교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미국 애틀랜타 소재 에모리대학 캔들러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목회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에는 협성신학대학교 신학과에서 가르쳤고, 1993년부터 소천하기 전까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목회상담학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저자는 동양사상과 목회상담을 접목하려는 시도 속에서 목회상담의 토착화를 위해 연구, 정진했다. 또한 이야기신학, 대상관계 이론, 목회상담을 학제적으로 연구해 목회와 목회상담에 이야기와 심층심리적 지식을 접목시키는 데 주력했으며 목회상담, 영성신학 분야에서 그루터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2012년 5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였지만 병중에도 가르치는 일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10월 27일부터 돌봄과 상담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자기 자신을 객관화한 탐구적 투병기를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그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거나 교훈을 얻었다. 2013년 4월 17일 글을 마지막으로 투병기는 끝이 났으며 같은 해 5월 5일 하나님의 품에 안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