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6시 서울 연희동 은진교회(담임 김유준 목사)에서 진행된 연세차세대연구소 정기 세미나에서 '심리학에 물든 기독교'를 주제로 강의한 이원석 작가(연세차세대연구소 연구위원, 문화연구자)는 "지금 학원 선교는 복음의 초점(하나님과의 관계 회복)과 목적(하나님의 나라 실현)을 상실하고 개인의 내면으로 매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지금은 대의가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다. 소설도 일본의 사(私)소설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닌가?"라고 말하며 "리오타르의 주장대로 거대 서사가 종식되고, 미시적 이야기가 난무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의추구의 시대에서 자기계발의 시대'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진리 대신에 공감을 찾아 헤맨다"며 "20세기 후반이 사회학의 부흥기였다면, 21세기는 심리학의 부흥기이다"고 했다.
그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과 'B형 남자친구'에서 등장하는 '혈액형 유형론' 등에 관해 언급하며 "이것은 내가 누군지, 너가 누군지, 우리는 왜 엇갈리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데에 기인한다"며 교회나 선교단체에도 이같은 '유형론'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개신교 진영에서는 (상담 사역을 위해)거의 초기에 MBTI를 활용하고 애니어그램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외려 교회와 특히 선교단체가 유형론의 복음에 더 심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심리학이 복음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적 치유가 제공하는 달콤함이 십자가 복음이 요구하는 회개의 쓰라림을 대체하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했다.
그는 "선교단체 간사들이 요새 골몰하고 있는 것이 멤버들의 내적 문제이다"며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심리학은 어디까지나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섬기는 종일 뿐이다. 내적 치유는 구원을 체험하는 한 가지 양태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다시금 대의를 회복해야 한다. 요즘 시대의 치유를 향한 열망도 하나님 나라의 대의로부터 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피로사회' 사는 현대인, 짐 무거워...
이원석 작가는 '공의 대신 자본이 하수처럼 흐르는 현대사회'라고 표현하며 '무한 경쟁의 수레바퀴'에서 "인간의 내면 또한 허물어지고 있다"며 '힐링'(치유)의 필요성이 높아진 시대임을 간과하지 않았다.
이 작가는 "근대적 의미에서의 주체(subject)는 세상 속에 복속된 신민이기도 하다. 그런 안정된 구조는 사회 안정망의 급격한 해체와 함께 삽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며 "이제 스스로 자아를 만들고,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자기계발(self-help)의 의미로, 모든 것이 개인의 짐으로 떠넘겨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의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는 자기 리더십과 자기주도형 학습으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개인들의 집합에 불과하다"며 "실은 공동체가 해체된 것이다"고 보았다.
그는 "이 안에서 무한한 경쟁의 수레바퀴를 벗어날 수도 없고, 영혼까지 노동하기에 이른 상황이 되었다"며 "한병철 교수가 말하는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2012)를 살아가게 된 것이다"고 했다.
한편, 연세차세대연구소는 올 3월 25일 연세대를 중심으로 10여년간 캠퍼스 사역에 헌신한 이들이 뜻을 모아 대학청년과 청소년 선교를 위해 창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