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남단 제주도지사 선거는 여야가 아닌 권당(眷黨, 친인척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이 제주도 정치판을 지배해왔다. 1995년 민선 선거가 시작된 이후 제주도는 신구범·우근민·김태환 등 세 명이 도지사를 번갈아 해왔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세워진 이후 매년 1만명 가량 늘어난 인구유입이 권당중심의 제주정치구조를 깨고있다. 못난 사람만 제주에 있다는 피해의식이 있었지만 최근 포털기업 다음의 본사가 들어서는 등 외부 인력이 유입되고 가시적인 변화가 보이면서 제주인의 자존감도 함께 높아졌다. 변화의 열망과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 표출한 셈이다.
제주지사 선거는 3선의원을 지낸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와 초대 민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 후보의 양자대결이나 마찮가지다. 여론조사에서는 원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난 20일 발표된 지상파 3사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 56.3 새정치 민주연합 신구범 후보 21.7%를 기록했다. 2배 이상의 지지율 격차다. 지난 21일 발표된 KBS 제주총국과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원 후보는 55.1%, 신구범 후보는 25.5%를 기록했다. 통합진보당 고승완 후보 2.1%, 새정치국민의당 주종근 후보 0.3%를 차지했다.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층은 17.0%였다.
21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지역별로는 제주시에서는 원희룡 54.4%, 신구범 28.2%, 서귀포시에서는 원희룡 57.2%, 신구범 18.2%의 지지율을 보였다. 읍·면·동에서는 원 후보가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우세했고, 신 후보는 제주시 건입동·조천읍·추자면에서 앞섰다. 세대별 조사에서 원 후보는 40대와 50대, 60대 이상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신 후보는 학생과 청년에서 앞섰다.
높은 지지율에 대해 원 후보 측은 "세대교체에 대한 도민들의 열망"으로 설명했다. 이에 맞서 신 후보 측은 "원 후보는 처음부터 지사에 뜻이 있었다기보다 중앙당에서 차출된 경우"라며 "진정한 세대교체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원 후보는 예산, 인사, 정책결정등 도지사 권한을 도민과 나누는 '수평적 협치'를 제일 공약으로 내걸었다. 첨단 강소기업을 육성하고 전기자동차 관련 연구소 유치 등도 약속했다.
신 후보는 '지자체 펀드' 4조원을 조성해 일자리를 매년 5000개씩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농어가 소득보장기금을 설치하고 대학생에 대한 해외 유학비 지원도 약속했다.두 후보는 중국인의 제주도 투자와 의료 민영화에 우려하는 입장을 보였다.
제주도에서는 산북(한라산 이북) 출신이 독점하던 도지사 직을 산남출신이면서 서귀포출신의 도지사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