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공간인데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 (...) 그 사람이 떠나도 그 사람을 기억하면 우리와 같이 있는 것."
지난 22일 제1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개막한 가운데, 23일 오후 필름포럼 1관에서 <풍경(Scenery), 2013>이 상영됐다. 이후 '시네토크(Cine Talk): 경계의 감독, 장률'이 진행됐다. 진행은 김성욱 평론가가 맡았다.
장률(Zhang Lu) 감독의 영화 <풍경>은 다큐멘터리이며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온 총 9개국, 14명의 이방인들의 일터와 일상을 둘러싼 풍경을 담아냈다.
김 평론가는 질문의 시작으로 '경계'에 대해 언급하며 "감독님은 경계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은데, 섹션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시면서 한국 사회를 보며 느끼시는 것인지"라고 물었다. 장률 감독은 "한국에 와서 산지 2년이 됐다. '경계인'이라고 말씀 많이 하시는데, 이런 생각 하지는 않는다"며 "누구나 다 경계인이지 않은가"라고 반문적인 답변을 했다.
김 평론가는 "꿈이라는 것이 평등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있다. 현실에서 충돌이 있지만, 꿈에서도 충돌이 있지 않나"라면서 "심지어 꿈 조차도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장률 감독은 질문이 본인의 의도는 질문의 내용과 같이 그렇게 깊은 생각을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니었는데, 영화에 대한 해석은 그보다 훨씬 깊게 나왔다라는 듯한 어조로 답했다.
"영화를 찍을 때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촬영을 할 때 그 사람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고 그 사람도 싫어하는 것 같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평등' 이런 거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저녁에, 꿈만 좀 얘기해 달라라고 했다. 단순하게 생각한다. 실제 영화 찍을 때 명확히 모른 채 한번 들어가 보자라고 한다. 어차피 꿈과 현실은 연계가 되지 않는가. 감독은 그 현실에 그 사람들의 풍경과 꿈 속의 풍경의 질감을 찾아가면, 거기에 성실하게 찾아가면 관객들이 어떤 느낌이 오지 않겠는가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김 평론가는 "작품을 보면 동물이 참 많이 등장한다. 개도 나오고 심지어 코끼리도 나온다. 의식적으로 찍었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며 "후반부에 가게 되면 도축장이 나오는데, 도축을 하고 있는 장면들과 그 전에 생생하게 움직이던 동물들과 뭔가 대비를 이루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물을 찍겠다는 생각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장률 감독은 "그런 비교에 대해선 현장에서는 생각 못해봤다"며 "코끼리는 인터뷰한 사람이 공간에 코끼리 그림이 있었다. 방글라데시 친구인데, 이 나라에서는 코끼리는 신 같은 존재다. 이 친구가 그 유리에 그린 코끼리를 보고 그 나라의 신같은 존재인 코끼리를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더 나아가 생각하면 자기 고향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됐다"고 답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사진관'에 대해 언급하며 "굉장히 긴 시간동안 '평화 사진관' 장면이 있다"며 "사진관 주인의 정체성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감독님과 비슷하게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질문을 했다. 장률 감독은 "저도 편집하면서 평화 사진관에 오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관을 선택한 건, 요즘 사진관은 크게 감정이 흐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외국 노동자들이 많은 그 동네 사진관들은 아직 옛날의 사진관의 정서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그런 이유가 있었다"면서 "오래 찍은 제일 큰 원인은 그 때가 2013년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한국 역사에서 제일 추운 몇 개 겨울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오는 그런 겨울이었다. 영화 찍을 때 너무 추웠다. 그런데, 평화 사진관에 들어갔는데 너무 따뜻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많이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사진관 장면에 대해 이어 질문했다. "사소한 질문인데, 평화 사진관에서 마지막 사진 찍는 장면을 보면 모자를 쓰고 있는데 보통 사진을 찍을 때 모자를 벗고 찍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진은 무슨 용도의 사진을 찍은 건가"라고 물었다. "그 사진사는 증명 사진만 찍는 사람은 아니다. 다른 것도 찍는다. 그런데 그 장면은, 다큐멘터리도 연출이지 않나"라면서 "그 친구는 우리가 촬영을 할 때 밖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다. 그 친구 컷이 2개가 있는데, 밖이 추웠다. 우리가 촬영하는 것도 허락해 줬고, 그래서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까하는 생각에 따뜻한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것을 지불해준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종의 선물 사진이었던 것이다.
촬영 감독과의 생각의 차이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 자리에 함께 했던 촬영 감독이 질문에 답했다.
촬영 감독은 "현장에서는 감독님께서 정말 필요한 공간에만 어떻게 찍으라고 설명해 주시고,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으로 대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공간과 인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객관적, 관조적으로 인물을 바라볼 수 있게끔 사전에 많은 얘기를 해주셨다"며 "현장에서는 자유롭게 이전에 말씀을 해주신다. 그 원칙에 따라서 대상들을 바라보며 촬영했다. 정말 필요한 순간, 어떤 것을 포착했다 싶을 때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얘기해주시면 제가 받아들여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당시 촬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김 평론가는 "영화에서 인터뷰가 상당 부분 정지되어 촬영되어 있지만, 몇몇 장면은 찍고 있는 사람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 뛰어가는 장면은 정말로 촬영기를 들고 있는 사람의 숨가쁜 호흡이 들릴 정도"라며 "촬영하시는 분의 몸의 움직임, 호흡 이런 것들도 화면 안에 뭍어난 듯한 느낌이다. 염두하면서 하신 것인지 궁금하다. 그런 장면의 아이디어는 같이 한 것인지, 제안한 건지, 감독님의 철저한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촬영 감독은 "감독님의 철저한 생각이셨다. 한번에 끝낸 것 같지만 뛰기도 여러번 뛰었다. 어차피 예술적인 부분이니까"라며 "실질적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는 부분은 실제 카메라가 움직이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요구하셨다"고 전했다. 장률 감독은 "이 영화 안에 몇 장면이 그런 장면이 있다. 이유라면 보통 사람이 일하는 공간에 처음에는 사람이 없지 않나. 그러다가 사람이 있고 또 끝나면 사람이 없어지고. 그 공간에 처음에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궁금했다. 그래서 그 친구들 없는 시간에 공간에 한번 들어가봤다. 빈 공간은 어떤 느낌인지"라며 "마지막 뛰는 것은, 그 컷에 조금 불만이 있다. 키만 조금 작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있다. 한번은 키 작은 여학생이 들고 뛰었는데 더 나오지 않더라"라고 설명했다.
물건이 움직이는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물건이 움직이는 장면이 꾀 있다. 그네가 흔들리는 것도 있고 세발 자전거가 움직이는 것도 있고 기차역에 있었던 두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마술적인 느낌의 장면도 있었다"며 "철저하게 연출되어진 장면 같기도 하고 사람은 일반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정지된 자세로 있기도 하니까. 약간 대비의 효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대비 효과가 큰 건가 아니면 다른 느낌이 있을 수 있는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장률 감독은 "꿈에 대해 질문하니까, 과정 중에 비몽사몽 그런 게 많이 느껴졌다. 이게 진짜 꿈인지, 아니면 나의 꿈인지 의문이 많이 왔다"며 "이렇게 말하면 좀 환각 같은데, 실제 움직이지 않는 물건을 자세히 볼 때는 움직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지는 질문에서 영화 찍을 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디지털의 질감이 전혀 다르지 않나. 현실은 필름이 없어지지 않나. 그래서 꼭 필름만 좋다라는 그건 아닌 것 같다. 필름도 있어야 되고 디지털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변화를 보면 필름이 없어질 것 같다. 아쉽다. 디지털은 디지털에도 편한 면이 있지 않나. 그래서 할 수 없는 일 같다. 지금은 사람이 또 금방 변한다. 필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해봤자 방법도 없고. 지금 이 영화제에서 처음에는 못한다고 했다. 필름을 상영할 수 없다고. 그런데 영사기로 해서 한다니까 고맙고, 기쁘게 하는데. 큰 추세는 이에 대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관객의 질문에서는 "영화에서 선택된 풍경은 정서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이방인들을 보여주신 풍경은 쓸쓸함, 외로운 것들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하고 한국 사람이 등장하는 풍경은 군중, 집단 이런 풍경이 대부분이었다"며 "한국 사람들의 풍경은 개인적인 감정보다도 강남이나 홍대와 같은, 집단 속에서 어울릴 때 전해져서 그런 장면들 잡으셨는지 궁금하다"라는 물음이 있었다.
장률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의 전체 풍경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 영화는 2012년 말에 전주영화제의 큰 주제가 있었는데, '이방인'이었다. 한국 사람의 주류 사회의 풍경은 이 때와 맞지 않는다"며 "한국에 특수한 지역들이 있지 않나. 거기에 가보면 한국 사람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많다. 특정한 지역에, 그 사람들이 생활하고 노동하는 그 공간에 카메라를 대서 그렇게 풍경 나왔다"라고 전했다.
이어 "어릴 적 시골에서 살다가 대도시의 번화한 거리에 갈 때 이상하게 긴장감이 있었다. 그 번화한 공간과 저의 정서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았다"면서 "외국인 노동자가 그렇지 않겠는가? 베트남 청년이 혼자 공장에서 쓸쓸하게 밥 먹지 않나. 그 친구는 공장 안에서 자고, 밥 먹는다. 공장 안에서 밥 먹는 게, 그 공간은 밥 먹는 정서와 전혀 다르지 않나. 그런데 혼자서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있다. 그 사람도 젊은 청년이지 않나. 홍대는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아닌가. 그 공간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이 친구는 혼자 밥 먹고, 나이 비슷한 청년들은 저쪽에서 밥 먹고. 다 밥 먹는 공간인데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뛰는 장면은 장률 감독이 말한 대도시에서의 이유없는 긴장감, 그런 정서, 그것이 강남역에서 마구 뛰는 그런 촬영이 이뤄지게 된 것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평론가는 영화의 첫 장면을 언급하며 "첫 장면이 공항에서 시작되는데, 외국인 노동자가 다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떠나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못돌아 가기 때문에 꿈 속에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에게 있어서도 공항이라는 장소가 특별하게 오는 느낌이 있었던 것인지"라고 질문했다.
"영화를 찍는데, 동티모르 친구였다. 그 친구에게 인터뷰 하자니까 하겠다고는 하는데 돌아가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위해 언제 시간을 낼 수 있나 물으니, 공항에서는 할수 있다고 했다"며 "그러면 우리가 차로 모시겠다고 했고 우리 차로 갔다. 그래서 공항 가는 그 장면이 나온 것이다. 영화에서 새벽에 쭉 가지 않나. 가서 거기서 인터뷰를 하고 그 친구를 보냈다"고 장률 감독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근데, 그 친구를 보낸 다음에 서울로 돌아오는데 옆에 앉았던 그 친구는 떠났는데 이상하게 그 친구가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떠난 다음에도 저는 다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온도와 어떤 정서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장면이 있는 것"이라며 "한 사람이 우리를 떠났는데, 우리가 그 사람을 기억하면 우리와 같이 있다는 그런 정서다. 그래서 편집에서 그 장면을 제일 앞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6월 12일 개봉 예정인 장률 감독의 <경주>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 평론가는 <경주>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장률 감독은 "한국의 잘 알려진 배우인 곽해일과 신민아가 출연했다. 한국 이야기이고 경주의 이야기다. <풍경>의 경우 어떤 관객들은 좀 낯설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경주>는 한국의 이야기"라며 "또 사랑의 이야기이고,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이 든다. 말을 바꾸면, 이번에는 이방의 '풍경'이 아니라 한국의 '풍경'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장률 감독은 일제 강점기인 할아버지 대(代)에 만주로 이주했고 1962년 길림에서 태어났다. 연변대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에서 소설가 겸 중국문학 교수로 재직했다.
한번도 영화를 공부해본 적이 없었던 장률 감독은 영화감독인 친구와의 논쟁 끝에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를 찍으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두 번째 장편 영화인 <망종>은 2005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으며 프랑스 독립영화연합에서 증정하는 ACID상을 수상했다.
또한 페사로영화제, 베소울국제영화제, 시네마누보 필름페스티벌 등 다양한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세계 영화계에 그의 이름을 알렸다. 이듬 해, 장률 감독은 세 번째 장편영화인 <경계>로 2007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경쟁부분에 진출했으며 같은 해, 홍콩국제영화제, 파리시네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오는 6월 12일, 새 영화 <경주>가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