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과 심리 치료에 있어 기독교적 영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만홍 원장(로뎀클리닉, SoH 영성심리연구소)이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제30회 정기학술대회' 기조강연을 전하면서 한 주장이다. "영적 정체성을 찾아서: 한 기독교심리치료자의 영적 탐구"라는 주제로 발표한 그는, "미완성의 심리치료 밖에 모르는 세상을 향해 우리 기독교 상담가들이 보여줘야 할 것은 '기독교 영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만홍 원장은 "지난 15년 간의 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마디로 큰 축복"이었다고 말하고, "일반 사회에 상담이 가장 중요한 치유의 현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기독교 상담가들의 중요한 공헌"이라 했다. 다만 "외적 성장을 이루는 사이, 우리 스스로 기독교 상담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앞으로 오는 시대와 보편적인 인간의 건강한 정신을 위해 종교가 해야 할 소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는 이 시대 정신건강의 문제점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성격장애적인 요소가 현대인들에게 깊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으로, 특히 자기애적인 경향과 삶의 모든 면에서 충동을 절제할 수 있는 의지력이 없다는 점 ▶영적인 공허감을 절실히 느끼는데, 해결의 길을 못 찾고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심각한 중독의 문제를 안게 된 사회가 됐다"며 대표적인 알콜과 인터넷, 게임 중독 등 외에도 "어찌 보면 우리 삶을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중독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원장은 이러한 중독현상이 바로 영적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힐링이 대세지만, 폭력과 중독의 문제는 사회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심각하고, 우리가 직면한 정신병리들이 영적인 차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인간 상호 관계만으로도 치유가 불가능한 차원, 심리학적 영역을 초월하는 보다 깊은 차원에서부터 초래되는 현상들, 바로 중독 문제와 자기애성 장애, 온갖 폭력 등의 정신병리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자아의 내부나 인간관계에서 치유인자를 찾으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신 "이것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의 존재를 뛰어넘는 절대자, 초월자와의 관계, 우주의 근원과의 관계에서 치유를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영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만홍 원장은 "모든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신의 죽음과 한계를 뛰어넘어 초월하려는,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을 바라고 향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이 모든 영성가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전하고, "신앙이 있건 없건, 이 욕구는 사람의 가장 깊은 갈망이며,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로, 사랑의 근원이 되신 분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욕구를 무시하고 억압할 뿐만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른 대상으로부터 충족하는 것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우리에게 아주 강하게 있다"고 설명하고,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죄가 되고 모든 정신병리의 근원이 된다"고 했다.
때문에 이 원장은 "매우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부르심을 받은 치유자로서, 무엇보다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오늘의 주제가 종교와 정신건강이지만, 종교라는 중립적인 단어는 정신건강이나 치유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문제는 영성"이라고 강조하고, ▶각 개인이 자신의 영적 아이덴티티로 깨어나서, 영의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담과 치유의 장 안에서도 기독교 공동체적인 영성을 회복해야 하며, 영성과 심리치료를 통합하는 학술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치유와 성숙에 관한 주요 주제가 될 의식심리학(Psychology of consciousness)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의 영이 깨어나도록 침묵하는 법(기도)을 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기독교 전통의 영적 유산과 그 덕목들에 주의를 기울이며 기독교 영적 고전들을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고 했다. 또 "예수는 우리의 유일한 영적 스승이자 영적 모델 그 자체"라며 "기독교 전통의 영성지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치유의 장에서 적용이 되도록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이만홍 원장의 기조강연 외에도 "프로이드의 부정적 종교비판을 넘어서: 영성의 치유 기능"(박노권) "자살예방을 위한 정신보건 영역에서 기독교 상담사의 역할"(최의헌) "상실과 기독교상담"(반신환) "방어기제화 된 유사신앙 양태에 대한 기독상담적 대응"(이명진) 등의 주제발표가 이뤄졌다. 개회예배에서는 원종국 감독(춘천제일감리교회)이 설교했으며, 학술대회 후 열린 총회에서는 오오현 교수(호남신대)가 신임 학회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