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와 감신대 신학생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윤

이 땅의 모든 신학생 학우 여러분들께 보내는 제안서

이 땅의 모든 신학생 학우 여러분!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3백 명에 가까운 우리의 동생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의 한 분이신 하나님께 어떤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지금 어떻게 행하라 하십니까? 이 참사 앞에 우리는 어떤 신앙적 고백과 실천을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 저희는 이 자리에서 이 땅의 모든 신학생 학우 여러분께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사랑합시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햇볕과 같이 모두에게 내리쬐는 것이지만, 예수께서는 그 중에서도 애통해 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사랑과 관심을 쏟으셨음을 우리는 성경을 읽어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외아들을 잃은 과부의 장례 행렬과 마주치시자 측은한 마음에 '울지 말라'고 위로하시며 죽은 외아들을 다시 살리는 기적을 베푸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오빠 나사로를 잃은 마리아가 우는 것을 보시고 함께 슬퍼하시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리고 무덤에 있던 나사로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에 함께 하셨던,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신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누구를 사랑해야 하겠습니까?

오늘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다면, 수학여행 다녀오겠다며 설레는 표정으로 문 밖을 나섰던 사랑하는 아들, 딸을 잃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님들을 특히 사랑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슬픔과 고통에 함께 우시고, 함께 계시지 않겠습니까?

오늘 예수께서는 그들 때문에 울고 계십니다. 그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행합시다.
사랑합시다!

둘째, 그래서 분노합시다!

예수께서는 사랑이 넘치는 주님이지만, 동시에 불의와 폭력을 만드는 체제, 세력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시고, 분노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가난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식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죄인이라 정죄했던 바리새인들을 호되게 비판하셨던 분입니다. 성전에서 폭리의 장사판을 벌인 사람들을 향해 채찍을 휘두르며 내쫓으셨던 분입니다.

예수께서는 너무 사랑하시기에, 너무 분노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다면 무엇에 분노하시겠습니까?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진압하면서, 한 달이 다 되도록 세월호 탑승자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 자식을 잃었는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자 나라님이 계시다는 청와대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긴 착하고도 착한 희생자 부모님들을 천 명에 가까운 경찰을 동원해 막아 버린 박근혜 정부!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여론이 정권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자 느닷없이 북한 핵실험과 민생경제를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드는 박근혜 정부!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다면 바로 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분노하셨을 것입니다.
애가 끓는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지는 못할망정, 이런 무책임한 행태만 보이는 박근혜 정부를 향해 예수께서는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두르며 분노하셨을 것입니다.

예수를 닮고자 하는 우리는 오늘 이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습니까?
오늘 예수께서는 분노하고 계십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행합시다. 사랑하는 저들을 위해서,
우리도 분노합시다!

셋째, 이제는 행동합시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아무리 '주님, 주님' 한다 하여도, 하나님의 뜻을 행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 갈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야고보는 '행동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뜻, 계시의 절정은 바로 예수라고 우리는 고백합니다. 예수께서는 슬퍼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하시고, 그들로 인하여 분노하신 분입니다.

우리는 예수께서 가까이 하시고 사랑하셨던 그 사람들, 울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로 인한 의로운 분노를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행동합시다!

예수의 제자 도마는 "우리도 주와 함께 죽으러 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주님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신뢰로 우리가 행동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두려워 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바울은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슬퍼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한 의로운 분노가 예수의 사역, 하나님의 뜻임을 안 이상 이제는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주님과 함께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오시는 놀라운 사랑과 은혜를 베푸셨는데, 우리 이제 그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행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사명이 땅 끝까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기쁜 소식인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면, 오늘 우리는 이 땅에 하나님이 선하고 의로운 분이심을, 예수 그리스도의 슬퍼하고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불의에 대한 의로운 분노를 통해 드러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희 한신대학교 신학과 민중신학회,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 소속 신학생들은 오늘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사랑하고, 분노하고, 행동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신학생 학우들께서 동참해 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함께 이 말씀을 다시 읽어 보았으면 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장 15절)

이제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랑하고, 분노하고, 행동합시다!

2014년 5월 15일

한신대학교 신학과 민중신학회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사람됨의신학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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