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수습과 구조에 있어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정부가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차단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이 진도체육관, 팽목항, 분향소 등에 사복경찰들을 배치해 실종자 가족과 추모 시민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난 한편, 세월호 추모 집회를 감시하고 주최자를 겁박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공영방송은 정부의 책임을 덮어주기 위한 파행 보도로 일관하고 있고, 교육부는 학생들의 SNS 단속을 지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가 SNS에서 시민들의 발언을 위축시키려 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간 '대통령 비판 글'이 삭제되는가 하면, 전국에 걸쳐 경찰이 동원돼 시민들의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지금 온 힘을 다해야 할 일은 언론의 보도 통제와 표현의 자유 탄압이 아니라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기자회견 모습이다.   ©인기협

인권단체연석회의, 언론시민사회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 중단 촉구 인권·언론·교사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를 중단하고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 힘쓰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금 온 힘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통제와 시민 감시가 아니다"며 "조속한 실종자 구조와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을 불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책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책임,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인권침해의 책임 모두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경찰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정부가 가만히 있는 동안 오히려 추모와 애도, 진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시민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참담한 실패보다 앞선 이들의 애도와 실천을 배워라.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그것이 지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기자들이 세월호 사고 보도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12일 MBC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121명의 기자들도 세월호 보도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MBC기자 121명은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사과문을 통해 "지난 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다"며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MBC가 언론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도 기자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KBS기자회는 12일 저녁 총회를 열어 ▲세월호 참사 한달을 맞은 토론회를 열고, 세월호 관련 보도를 반성하는 미디어 프로그램과 9시 뉴스를 제작 방송하라 ▲KBS뉴스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방안을 마련하라 ▲사장과 본부장은 즉각 사퇴하라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제작 거부 투쟁에 돌입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KBS기자회는 비상대책위원화체제로 전환했다.

[기자회견문]

'가만히 있으라' 고...계속?
정부는 세월호 사건에 관한 표현의 자유 침해와 보도통제를 중단하고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 힘쓰라

아직도 실종자 29명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가족들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은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한 바다는 통곡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하루에 10명씩 운구차가 실려 나가는 안산 단원고의 비극을 전 국민이 보고 있다. 기울어가는 배처럼 가족들과 국민들의 마음은 슬픔과 분노로 물들어 가는데, 정부는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보다 급한 것이 있나보다. "대통령의 마음을 보살피고 정권의 안위를 돌보는 것" 그러한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도체육관과 팽목항, 그리고 분향소와 심지어 장례식장에 경찰들을 대거 배치하여 실종자 가족과 추모 시민들을 감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들이 세월호 추모 집회를 감시하고 주최자를 겁박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현장에서는 언론 취재를 방해하는 일이 발생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SNS 단속을 지시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가 SNS에서 시민들의 발언을 위축시키려 시도한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진 대통령 비판 글이 삭제되는가 하면, 전국적으로 천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어 시민들 사이버 활동을 감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게시물들을 삭제하고 있다.

정부는 해경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홍모씨를 구속한 이후 유언비어 대응을 언론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행위들이야 말로 시민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온라인과 거리에서 외치는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정부와 경찰의 활동은 중대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정부는 알권리와 기억할 권리, 시민 스스로 판단할 정보 통제의 권리 모두를 침해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는 인터넷과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 행위가 널리 알려져 국제적인 망신살을 자초했다. 이번에 일어난 중대한 참사에 대해서까지 정부가 언론과 시민들을 발언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반인권 반민주주의적 작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규탄 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지금 온 힘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언론 통제와 시민 감시가 아니다. 조속한 실종자 구조와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안전을 무시하고 이윤을 불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책임,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지 못한 책임,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와 인권침해의 책임 모두를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원봉사자가 자살하고 유가족들이 자살을 시도하는 현재 진행형의 비극 앞에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죽었다. 그런데 지금도 정부는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알려고도 하지말고 모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며, 애통해하지도 말라고 한다. KBS와 청와대를 향한 유가족들을 경찰 방패로 막았다. 사장까지 나와서 사죄한다면서 KBS보도국장 사표는 수리하지도 않았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점철된 공영방송이며, 청와대라면 누가 그들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입 다물겠는가.

정부와 경찰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언론과 시민들 비판의 목소리를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정부가 가만히 있는 동안 오히려 추모와 애도, 진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시민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신들의 참담한 실패보다 앞선 이들의 애도와 실천을 배워라.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그것이 지금 필요하다.

그리고 걱정하고 있으라.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2014년 5월 12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인권운동공간'활', 인천인권영화제, 광주인권회의[실로암사람들, 광주복지공감+, 광주NCC인권위원회, 학벌없는사회를위한광주시민모임, 광주참교육학부모회,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광주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단체는 다음과 같음.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새사회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 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DPI,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K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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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 #세월호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