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해 치료 중인 가운데 최근 급박하게 전개되던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권 승계 작업이 가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밤 10시50분께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면서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의 서울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로 이동해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이후 심장기능 상태가 호전되면서 11일 새벽 0시15분께 서울삼성병원으로 이송해 심근경색으로 진단에 따른 심장 시술 후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의 현재 상태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시술 후 안정된 상태로 회복 중"이라며 "관련 시술이 성공적이었으므로 앞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상 입원기간에 대해서는 "당장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향후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해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폐 부분의 림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호흡기 관련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 해마다 겨울을 미국 하와이 등 따뜻한 지역에서 보내는 것도 호흡기 질환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여러 합병증 발발을 염려해서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08년 1월 독감으로 1주일 이상 입원한 적이 있고, 2009년 3월에는 기관지염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도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등 크고 작은 질환을 앓아왔다.

이 회장은 올 해 연초 신년행사를 마친 뒤 해외로 출국해 미국·일본 등에서 머물다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이 회장은 귀국 이후 닷새 만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출근경영을 통해 그룹 사업재편과 미래전략실 인사 등을 직접 챙겨왔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으로의 3세 경영 승계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도 이건희 회장의 입원 소식을 보도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데일리와 뉴질랜드 NZ위크 등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토요일 밤 자택 근처 병원에 입원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며 "이 회장의 건강문제와 노령의 나이는 자녀들로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게 했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각각 축으로 한 전자와 금융 사업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8일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발표한데 이어 9일에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계열사의 재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

삼성그룹의 양대 축인 전자와 금융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SDS를 상장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거머쥐게 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증여·상속받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아직까지 건설·석유화학·상사 부문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이 회장의 3자녀 중 누구에게 갈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 이 회장의 건강악화로 조만간 향배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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