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겨울 방학 기간을 이용해 한국교회에서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오는 인원은 1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하는 연령도 주일학교 학생, 청소년부터 장년, 시니어까지 다양해지면서 더는 청년, 대학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만큼 보편화된 단기선교여행은 이제 한국교회의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하지만 여행에 드는 비용, 시간, 노력에 비해 사역의 열매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선교 전문가들은 "단기선교여행이 일시적 이벤트가 되지 않으려면 여행을 통해 얻은 경험과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여행 이후에도 성도들이 지속해서 선교에 동참할 수 있도록 후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기선교여행 이후 별다른 후속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는 한국교회와 선교단체를 위해 선교단체, 교회, 선교 현장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선교한국 파트너스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는 8일 신반포교회에서 열리는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포럼 2014'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주요 발제문에서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교육과 선교적 삶, 창의적 사역 등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선교한국 파트너스는 단기선교여행의 한계를 극복하고, 창의적이고 시대에 적합한 단기선교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 3년 전부터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 포럼'을 개최해 왔다. 이를 통해 21세기단기선교여행 표준지침서와 건강한 단기선교여행 실천을 위한 해설서를 내놓은 위원회는 단기선교여행의 준비와 실행뿐 아니라 여행 이후 사역도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
단기선교여행의 주요 전제는 '장기적 결과'
선교한국 파트너스 상임위원장 한철호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사역의 방향성,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발제문에서 사후 사역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단기선교여행의 목적에 대한 인식 부족, 선교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 부족, 선교 로드맵 부재 등 몇 가지를 꼽았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의 최종 목적은 사후 사역에 따라 달라진다"며 "특정 지역에서 지속적인 사역의 하나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선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선교를 배우고 경험하기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진행되면서 사후 사역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많은 경우 단기선교여행이 하나의 독립된 사역을 끝나고, 이후 사역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단기선교여행의 목적도 선교 참여, 선교지 방문, 교인의 영적 각성 등 다양할 수 있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참여자들이 각자 은사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교에 참여하는 '선교적 삶'을 살도록 촉구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단기선교여행의 중요한 전제는 장기적 결과(shot-term mission, long-term effect)를 맺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한 선교사는 여행 이후 문제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 내 선교에 대한 기본 패러다임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교는 한 번의 사건이나 이벤트를 통해 이뤄지기 보다 긴 시간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며 "단기선교여행이라는 형식을 통해 선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여행 이후 긴 과정(process)을 통해 선교를 더 배우고, 선교적 삶의 여정을 살아가도록 돕는다는 패러다임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단기선교여행이 횟수와 상관없이 일회적 프로그램이 되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원래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는 "사역의 기간과 관계없이 선교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타문화권의 복음 전도라는 과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선교의 목적이 가는 자의 변화가 아니라, 수용자 측의 선교적 돌파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단기선교여행은 선교라는 최종 목적을 이끌어내기 위한 과정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가는 자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선교적 삶을 살기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하고, 수용자에게는 복음을 소개받는 통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 단기선교여행이 길이와 내용, 효과적 측면에서 단기적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선교사는 "1~2주간의 단기선교 기간도 줄거나, 미국에서는 1박 2일간 멕시코 국경을 넘어갔다 오는 단기선교여행도 등장했다"면서 "선교, 사역의 의미보다 외국에 갔다 온 것에 의미를 두면서 효과도 단기적이 되고 선교 의미도 점차 상실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역교회 선교 로드맵은 필수
한편 교회가 선교 전반에 대한 로드맵이 없는 상황도 여행 이후 사역에 대한 의식의 부재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도 계획과 실천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한데, 타문화권에 복음을 전하는 일은 훨씬 더 복잡하고 다면적인 사역"이라고 말한 그는 "사역에 대한 전반적인 로드맵 없이 현실적 필요로 시작된 단기선교여행은 결국 단기 사역으로 그치고, 선교 열매도 맺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선교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로드맵의 한 부분으로 단기선교여행의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선교사는 "선교가 단편적인 프로그램이나 사역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DNA가 돼야 하는데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지역교회가 각자의 독특한 상황과 조건 안에서 스스로 선교 모델과 사역을 찾아갈 수 있는 기본 틀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별로 선교 전체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각 공동체에 적합한 프로그램과 선교활동을 찾아 나갈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교회 선교 로드맵을 시작단계, 이슈확인단계, 핵심성공요소단계, 주요사역성취단계, 최종목표성취단계 등으로 구분했다. 그는 "교회가 선교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가질 때 단기선교여행의 역할과 사역은 방향과 위치를 발견하게 되며, 이 로드맵 안에서 여행 전후 일어나는 사역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 여행 이후 어떻게 사역할지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후속 사역이 힘든 이유 중 하나다. 20년 전 한국선교와 함께 단기선교여행도 활발해졌지만, 구체적인 후속 관리 방법이 제시되지 못하고 환경도 뒷받침되지 못했다. 여행 이후 교육이 부족한 현실도 지적됐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의 현장 실행을 위한 교육은 일부 시행되지만, 여행 이후에 대한 교육은 제공되지 않는다"며 "단기선교여행이 출발점이 되어 성도들이 선교적 삶을 살려면, 여행 이후 선교적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사후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될 때 단기선교여행이 실제적인 선교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선교여행 이후 선교교육 방향 제안
단기선교여행 이후 교육 방향에 대해 그는 ▲단기선교여행의 사역적 성취의 극대화 ▲장기적 열매를 맺기 위한 기초 놓기 ▲한국선교동원의 과제 해결의 통로 ▲질 높은 교육 등을 제안했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교육은 여행을 통해 얻은 열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참가자들의 선교적 관심과 열정, 선교적 삶을 살겠다는 결단, 선교 현장에서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복음전도 사역, 현장 선교사들과 현지교회가 얻는 사역적 도움, 보내는 교회 내 일어나는 영적 각성 등의 열매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가자의 선교적 관심과 헌신을 이어가고 확장하기 위해 선교 전반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선교교육이 정기적으로 제공돼야 하며,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일어난 복음전도 열매를 현지 선교사들의 사역과 연계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미 방문했던 지역에 대한 추가 이해와 선교사와 연결을 확대하는 정보를 참가자들에게 제공하고,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일어난 영적 각성이 교회 공동체 전반에 확산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장기적 열매로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 지속적인 단기선교사역을 통한 선교 참여의 통로 확보, 선교 열정을 가진 자들의 장기사역 참여 등을 들고, 앞서 언급한 선교 로드맵을 만들어 교육계획을 세우고 선교지를 위한 기도, 국내 타문화권 사역 참여, 중단기선교사에 대한 적당한 교육과 정보 제공 등에 대한 세부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그는 잘 준비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선교사를 필요로 하는 최전방 선교지역의 요청과 이와는 상반되게 세계화 및 풀뿌리 운동으로 직접 선교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교회 현장을 전하며 "단지 많은 선교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선교사를 보내야 하는 과제를 풀기 위해 단기선교여행 이후 지속적인 교육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 선교지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 곧 직업, 사역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삶의 현장에서 성육신적 삶을 통해 복음의 가치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들을 요청한다"며 "대부분 선교 헌신자가 최고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고, 그렇다고 바닥으로 내려가서 성육신적 삶을 살만한 용기는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선교여행이 후속 교육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선교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질이 초보적인 단계라고 지적한 한철호 선교사는 "선교역사 자체가 짧고 한국선교가 선교동원 위주로 일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의 안타까움은 사회 모든 영역이 허술하다는 점에 국민들 스스로 좌절한 것일 것"이라며 "한국선교동원도 이와 유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수많은 단기선교여행팀에 엄청난 재정을 사용하는 지역교회의 단기선교여행이 좀 더 세밀하고 전략적으로 변화되기 위한 해결 통로는 바로 여행 이후 선교교육의 강화에 달려 있다"고 마지막으로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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