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5년 9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예상보다 빠른 하락속도에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산업계의 불안이 겹치면서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역외차액선물환(NDF)을 반영해 전거래일(1030.3원)보다 7.8원 내린 1022.5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02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8월11일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연휴 동안 이어진 달러화 약세현상이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경제 지표 결과가 당초 예상을 밑돌면서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융 완화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자 달러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또 연휴 때문에 지난달 말 쌓여있었던 네고 물량이 한번에 나오면서 원·달러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외환당국은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이같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의 외환부문 관계자는 "오전 중에 환율이 크게 내린 채 시작했음에도 당국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며 1015원까지 하락을 점쳤다. 다른 관계자도 외환당국이 조용하다고 말하며 "외국인 매도 공세가 이어진다면 1000원까지도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원달러 환율 급락은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위축되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경기 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과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외환시장 개입에는 부담스런 모습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환율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적극적 개입 의지는 내비치지 않았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가 큰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24개월 연속 이어가는 우리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지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에도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넘어서는 경상흑자 규모는 신흥국 사이에서 최고 수준이다.
IMF 또한 원화가 저평가 되있다며 추가적인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도 최근 불가피한 원화절상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내수침체에 장기간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은 산업계로서는 이번 환율변동이 채산성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환율 영향이 가장 큰 산업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우리나라 최대 자동차 그룹이 현대.기아차 그룹은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는 상항에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천억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50원으로 설정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세웠지만 24시간 모니터링체제를 가동하며 더 떨어질 때를 대비하고 있다.
조선업계 또한 선박 한 척당 수주 금액이 많고 수주액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받는 사업환경 때문에 특정 시점의 환율에 민감하다. 지금처럼 환율이 떨어지면 자재값 인상으로 선박 가격이 올라가지만 수주금액은 정해져 있어 업체가 손해를 떠맡게 된다.
중소기업 또한 비상이다. 대기업과 달리 환율리스크에 취약해 수출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환율이 올해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면서 한국무역협회나 산업연구원 등은 환율이 우리 수출과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대규모 기업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이주재하는 긴급민생대책회의에서 내수 부진과 환율 급락이라는 이중고를 풀어낼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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