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 원인인 신호 오류는 서울메트로 직원이 사고 14시간 전에 알았으면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열차사고수사본부는 6일 오후 성동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고 열차 기관사와 차장 등 4명에 대한 과실유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고 당시 선행 열차 기관사가 지연 출발 사실을 종합관제센터(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선행 열차인 2258호 기관사 박모(48)씨는 사고 직전 문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아 스크린 도어를 3차례 개폐하다가 1분30초 지연 출발했지만 관제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상왕십리역 방향으로 열차를 몰던 뒷 열차 기관사 엄모(45)씨가 정지 신호가 표시된 것을 발견하고 비상 급제동을 했으나 추돌했다"며 "엄씨는 상왕십리역에 진입하기 직전 122m 앞(곡선구간)에서 정지 신호를 식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 두 열차 차장도 비슷한 진술을 했지만 관제소 연락 여부에는 이견이 있어 무선 교신 내용 등을 토대로 계속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사고 당일 종합관제센터 근무자 4명을 상대로 과실 여부를 조사한 결과 앞 뒤 열차의 간격이 좁아졌지만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종합관제센터는 근무 중 열차 운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운행 열차에 대한 전반적인 감시·통제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직후 앞 열차에만 회복 운행을 지시하는 등 통상적인 절차에 그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제소가 사고 직후 앞 열차에 회복 운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시각은 블랙박스를 분석해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29일 오전 3시10분께부터 사고 시점까지 신호 오류가 발생한 채 열차가 운행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지난달 29일 오전 1시10분께 을지로입구역 주변을 지나는 열차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속도를 제어하는 신호시스템 데이터 값을 수정·입력했다.
신호 오류는 데이터 값을 수정하고 2시간이 지난 지난달 29일 오전 3시10분께부터 발생했다. 서울메트로는 이 같은 사실을 사고 당일 오전 1시30분께 발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6일 오전 11시55분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메트로 본사 기계실 관련부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서울메트로 별관 사무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민간시스템업체 등 4곳을 압수수색하고 신호시스템 변경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또 기관사와 관제소 직원 간 무선 교신 내용 등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압수한 자료와 사고 차량 블랙박스 등도 분석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일 오후 3시30분께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정차해 있던 열차를 뒤따르던 열차가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249명이 다쳤다. 53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며, 중상자는 7명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