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 자신의 슬픔에서 탄생한 것이다. 오직 슬픔에 의해서 태어난 것만이 세계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슈베르트가 1816년 19세 때에 쓴 일기)
오는 5월 3일 오후 7시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캄머코어서울과 성악앙상블 브와믹스 주최로 바리톤에 정영철, 피아노에 김지혜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를 공연한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연가곡 <겨울나그네> 연주는 바리톤 정영철이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졸업논문 '뮐러와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비교 및 분석 연구'에 대한 발표로서 기획됐다.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는 낭만 시대의 가곡을 예술 가곡이라는 장르로 올려놓은 위대한 음악가이다. 18세기까지 문학의 보조 역할을 해왔던 음악은 슈베르트가 이룩한 반주의 혁신을 통한 시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음악적 해석에 힘입어 이후의 가곡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슈베르트의 새로운 형식의 가곡을 잘 이해하려면 그의 시에 대한 접근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먼저 연작시 <겨울나그네>의 작가인 빌헬름 뮐러의 창작 경위 및 의도한 작품 구성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작시자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는 1823년 연작시 <겨울나그네>의 첫 12편을 발표했고, 그 후 10편의 시와 다음 해 2편을 추가해 총 24편의 시를 최종본으로 출판했다. 이렇게 그는 첫 출판본에 12편을 추가했는데, 첫 12편 뒤에 이은 것이 아니고 다시 재배열했으며, 그로 인해 이전보다 논리정연한 전개가 되어 전체 줄거리가 더욱 극적인 전개가 됐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첫 출판본 12편의 시를 바탕으로 1부를 음악적으로 완성했다. 이후 뮐러의 최종본을 발견한 슈베르트는 뮐러의 최종본에서 나타난 논리정연하게 전개된 극적인 줄거리를 무시하고 추가 삽입된 시들만 자기 나름대로 배열해 2부를 완성했다. 그리하여 두 <겨울나그네>의 전체 배열이 달라졌으며, 그로 인해 추가된 시와 곡의 역할이 변경됐다.
슈베르트의 연가곡 2부 제 14-21 곡들은 뮐러의 최종본 중 2부 8편에 해당하는 시들을 순서대로 작곡한 것이다. 이 부분은 고통을 내려놓기 위해 죽음을 갈망하는 암울한 내용이다. 슈베르트의 작품에서 이 8곡 뒤에 남은 3곡은 고통이 절정에 달한 나그네가 비참한 처지의 노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한없는 나락의 길로 떨어지는 결말로 이끌어 간다. 반면 뮐러의 최종본은 이 뒤에 7편이 남아 있어 '고통스럽고 암울한 상황을 이겨내고 희망을 향해 가는 나그네'라는 주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주제는 뮐러가 당시 독일이 통일 국가를 지향했으나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된 암울한 상황에서 앞날의 희망을 찾으려는 민중적 심정을 표현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원작과 달라진 슈베르트의 해석은 역시 뮐러의 시에 바탕을 둔 전작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서도 볼 수 있다. 뮐러는 그의 연작시에서 청년의 죽음을 규정짓지 않았으나, 슈베르트는 마지막 곡을 청년이 냇물에 투신자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작곡했다.
이와 같이 슈베르트는 뮐러의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연가곡을 비극적 결론으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슈베르트가 당시 병에 걸려 오래토록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져 직업을 구하려 했으나 좌절하게 된 전기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이러한 그의 경향은 젊은 시절 슈베르트가 기록한 그의 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시의 원작의 주제와 시의 원작자인 뮐러의 최종 의도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해석을 음악에 담아냈다. 이러한 독립적 해석이 가능해진 것은 이전의 독일가곡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반주의 풍성한 표현을 통한 시의 음악적 형상화를 성취했기 때문이다. 슈베르트의 이러한 업적은 후세의 예술가곡이 지향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바리톤 정영철은 서울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를 졸업했고 독일 부퍼탈(Wuppertal) 국립음악대학교를 졸업했다. 로크꼴레기움코리아, 서울바로크합창단의 솔리스트로 활동하였으며, 현재 캄머코어서울(Kammerchorseoul)의 음악 코치, 성악 앙상블 브와믹스(Voixmix)의 리더이며, 여러 고음악 단체로부터 초청받아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피아노 김지혜는 서울신학대학교 및 동대학원(피아노 전공)을 졸업했고, 북 일리노이 주립대 석사 및 연주자 과정(반주 전공)을 졸업했다. 현재 극동방송 윤학원 코랄 반주자, 서울신학대학교, 명지대 예술종합원, 순복음 총회신학교에 출강 중이다.
티켓 : 전석 초대, 공연 및 초대권 문의 : 070-8249-06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