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애플사가 아이폰, 아이패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10개월 치 위치정보가 수집돼 논란이 일었고, 이후 애플은 논란이 있은지 일주일 뒤에야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 이후 경남 창원에서 김형석(36·변호사) 씨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했고, 이에 대해 창원지방법원은 지난 4월 26일 김 변호사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 소송에서 애플코리아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실제로 김 씨는 은행 수수료 2000원을 제외한 99만8000원을 지난 6월 27일 애플코리아의 주거래은행인 한국씨티은행로 통해 지급받았고, 이 사실에 대해 다수의 매체들이 14일부터 아이폰 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승소한 기사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판결'이 아니라 '지급명령'있었다는 점이다. 애플코리아가 김 씨에게 민사소송 패소에 따라 위자료를 지급한 게 아니라 법원이 민사소송법에 따라 위자료의 ‘채권자’인 김 씨가 애플코리아에게 ‘채무’인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도록 이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 '승소'와 '지급명령' 차이는?
지급명령은 소송절차로 조정 절차와 함께 법원이 관여하는 주요한 민사 분쟁해결절차의 하나로, 일반적으로 소송보다 간이적으로 이루어진다.
법원이 분쟁당사자를 심문함이 없이 지급명령을 신청한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만을 심사하고 지급명령을 발령하므로 채권자는 통상의 소송절차처럼 법원의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고, 그 결과 법정에 출석하는 데에 따른 시간과 노력을 절약 시킬 수 있다.
또 채권자는 지급명령을 신청할 때에 소송의 10분위 1에 해당하는 수수료와 당사자 1인당 4회분의 송달료만 납부하면 되므로, 소송절차에 비하여 소요되는 각종 비용이 저렴하다.
반면, 승소는 소송에서 이기는 것으로 원고와 피고가 존재하고, 판사 앞에서 자신의 옮고 그름을 증명하는 법적 행위이다. 소송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항소와 상고 등 오랜 재판 기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빠르게 채무를 받아내기 위해 신청하는 법적 절차로 승소와는 다른 것이다.
이번에 애플코리아는 김 씨의 지급명령에 대해서 이의 신청하지 않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런 이유로 법원은 애플코리아의 이의제기가 없었던만큼 압류 및 추심 명령을 내린 것이다.
김 씨와 동일하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받고자 지급명령 신청이 이어질 경우 애플코리아가 이의를 신청하면 다음에는 소송단계를 거쳐야 된다.
김 씨는 다시 집단소송을 준비하면서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은 소비자 권리 침해의 위험성을 보여 준 사례로 엄중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집단소송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쉽지는 않겠지만 다른 집단소송보다는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다른 집단소송보다 사전준비를 많이 했다"고 승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위자료 99만 8000원 받은 김 씨가 속해있는 법무법인 미래로는 "애플의 위치추적행위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집단소송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변호사 비용 9000원과 기타 비용을 합쳐 1만 6900원을 결제하면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결제 방식도 휴대폰,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으로 다양하다.
이 비용은 변호사 비용 9000원, 부가가치세 900원, 100만원 청구 시 법원에 납부하는 인지세 5000원, 법원에 납부하는 송달료 기타 소송상 필요비용 2000원이 포함됐다.
정식 오픈을 앞두고 전날 30분 가량 개통한 사이에도 300명이 넘는 아이폰 사용자가 소송 신청을 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옥션, GS 칼텍스 등 개인정보 유출로 벌어진 손해배상 청구소송 사건을 살펴보면, 그 결과는 원고 패소로 끝이 났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김 씨의 집단소송 참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애플코리아는 “현재로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입장을 밝히면서도만 '위자료 지급명령'과 법원의 '판결'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위자료 지급은 법원이 위치정보 수집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 애플과의 집단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이번 소송의 핵심은 애플이 수집한 위치정보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위치정보인지 여부다.
앞서 방통위 현장조사단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애플 및 구글의 미국 본사를 방문 조사했고, 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와이파이(Wi-Fi) 무선접속장치(AP)와 기지국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저장한 사실은 확인했다.
또 위치정보 기록은 최대 1년 가까이 저장됐다. 이는 국내 위치정보보호법상으로는 제15조와 23조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위치정보보호법 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 없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스마트폰)의 위치정보를 수집, 이용 또는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23조는 ‘위치정보사업자 등은 개인위치정보의 수집, 이용 또는 제공목적을 달성한 때에는 개인위치정보를 즉시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도 지난달 국회에서 애플이 위치정보보호법 15조 등을 위반했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일반적으로 위치정보는 개인 혹은 스마트폰 기기의 특정 시간 위치 값이다. 통상적인 위치정보뿐 아니라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함께 수집해야 ‘개인위치정보’가 된다. 하지만 방통위 조사단이 애플의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방통위는 애플에 대해 사용자의 위치정보 수집 동의 절차상의 문제와 즉시 파기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이달 중 전체회의에 상정해 실정법 위반 정도를 최종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승소 가능성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