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단 건반, 8098개 파이프로 98개 음색을 내는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1978년 대극장 벽면에 설치된 이 파이프오르간은 손 건반 6단과 발 건반을 갖춘 거대한 규모다. 이 육중한 악기의 문이 다시 열린다.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운 소리 덕분에 '악기의 제왕'으로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은 중세 시대에는 성당과 교회 건축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 파이프오르간이 놓일 위치에 따라 교회 건물의 크기와 디자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손과 팔, 여기에다 발놀림까지 신체의 광범위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악기여서 이를 상대하는 연주자는 매번 상당한 체력 소모를 인내한다. 사실 한번 연주하고 나면 전신이 쑤신다. 하지만 천상을 닮은 악기의 소리에 객석엔 평화와 안식이 깃든다.

1978년 독일 칼 슈케사가 제작한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제작 기간만 13개월, 설치 기간 3개월, 조율 기간 4개월을 걸친 요란한 전력도 있다. 거문고를 본떠 만들어진 오르간 겉면 뒷부분에는 전통 가옥 지붕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스페인 트럼펫 파이프가 설치 돼 있다. 그러니 악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파이프오르간이 다음 달 1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원 대극장에서 '베른하르트 레오나르디 초청 파이프오르간 콘서트 - 오르간의 봄' 무대를 마련한다. 지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봄을 일깨우는 무대다.

독일 유명 오르가니스트 베른하르트 레오나르디(50)가 건반 위의 주인공이다. 지난 2008년 독일 바질리카 성당 250주년 기념 음악회로 첫 내한했고, 2009년과 2012년 국립합창단 초청으로 합창 음악을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정식 파이프오르간 독주는 이번 무대가 처음이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연주에서 독일 연주자를 맞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레오나르디는 안정적이고 수려하면서도 즉흥에 강한 연주자로 호평받아왔다. 현재 자르브뤼켄시의 상징인 바질리카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겸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바흐의 '전주곡과 푸가 D장조' 독주로 시작되는 무대는 바그너 '뉘른베르크 명가수' 서곡, 생상스 '죽음의 무도' 등 낯익은 곡도 있지만, 장 랑글레(프랑스)의 '칸초나'와 레멘스(벨기에)의 '금관과 오르간을 위한 팡파르', 카르그 엘러트(독일)의 '지금 모두 신께 감사드리자' 등 낯설지만 매혹적인 곡들도 메뉴에 올라 있다. 레오나르디는 2부 마지막엔 '봄'의 이미지를 주제로 즉흥 독주도 펼친다.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은 그간 바이올린, 플루트, 하프, 금관악기 등과 만났다. 이 중 가장 앙상블 효과가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악기가 금관악기였다. 이번 무대는 금관악기와 파이프오르간의 협연으로 꾸며진다. 트럼펫 연주자인 KBS교향악단 수석 안희찬을 중심으로 2001년 창단된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 악단은 바흐에서 클로드 볼링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해왔다.

해설은 국내외 각지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성 서울신학대 교수가 맡았다. 이른바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다. 강의는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고 연주자와의 소통을 도와준다. 2만∼6만원.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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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니스트베른하르트레오나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