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의 비교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28일 저녁 안병무홀에서는 "사랑, 지혜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한 그리스도인의 참여불교 탐구가 이뤄졌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제173차 월례포럼에서 정경일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이 해방신학과 참여불교를 비교해 발표한 것이다.
정경일 원장은 "종교는 고통에 대한 응답이며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의 길"이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붓다는 "나는 오직 한 가지를 가르친다, 고통과 고통의 종식을"이라 말했으며, 예수 역시 십자가와 부활 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해방신학과 참여불교는 고통의 땅에서 생겨난 사회적 영성 운동"이라 했다.
정 원장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하게 된 인연은 단순했다. 복음주의자였지만, 사회운동에 뛰어들었고, 자연히 민중신학과 민중교회를 알게 됐다. 이 때 사회참여적인 종교대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참여불교 탐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불교가 고통의 현상과 원인에 대한 합리적 이해와 체계적 구원의 길을 알게 했으며, 외적 내적 폭력의 그침과 알아차림, 깨어 있음, 잊지 않음, 내려놓음, 받아들임 등의 영적 차원에 대한 도움도 있었음을 소개했다.
사실 개인적인 차원의 경험 전, 불교와 그리스도교와의 만남과 대화의 역사는 길지 않다. 근대 이전 상호는 무관심 했으며, 식민주의 시대에 양자는 대결구도였다. 대화가 이뤄진 것은 20세기 후반이다. 양 종교는 세계관과 수행관, 윤리관의 차이가 있으며, 공통점은 '십자가'와 '보리수' 모두 고통의 땅 위에 서 있는 구원의 해방 나무라는 점이다. 20세기 이후 양 종교는 대화를 시작했고, 참여불교와 해방신학 모두 '특정한 지역'의 '구체적 고통'에 대한 '상황적 응답'으로서의 운동이라는, 실천(praxis)의 우선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됐다.
더 구체적으로 참여불교와 해방신학의 대화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다. 사회적 고통과 사회적 해방의 전지구적 연관성과 종교적 다양성의 전지구적 확산과 심화가 그 배경이 됐다.
불교가 '세계부정적' 종교라는 인식이 있지만, 불교 역사 안에는 사회참여의 전통이 흐른다. 특히 인권, 평등, 사회정의 등의 서양의 영향과 불교 전통의 재해석과 현실 적용이 맞부딪히면서 밖으로부터의 영향과 안으로부터의 각성이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난 것이 참여불교 운동이다. 참여불교는 국제적이며 '에큐메니컬'하다는 특징이 있다.
정경일 원장은 불교로부터 ▶불이(不二)의 관계론적 세계관 ▶모든 형태의 집착으로부터의 자유: 절대적 비-절대주의 ▶비폭력주의 ▶사회적 영성 Mindfulness: 영적 수행과 사회적 실천의 일치 ▶세계긍정적/세계변혁적 영성 등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반대로 불교가 해방신학/민중신학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으로는 열정적인 사회참여와 정의의 실천, 가난하고 무력한 이를 위한 '우선적 선택'즉 희생자 중심의 윤리, 사회분석, '사회적 지혜'의 필요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