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로부터 선박 안전검사를 위탁받은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의 수장(首長)들이 잇따라 사퇴함에 따라,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로 불리며 해운업계 요직을 독차지해온 해수부 출신 관료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 25일 전영기 한국선급 회장과 주성호 해운조합 이사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허술한 점검에 대한 비판과 유착의혹이 집중 제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국선급은 이번 사고 이후 허술한 점검에 대한 비판에 시달렸고, 역대 회장(이사장 포함)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낙하산' 논란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전 회장은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에게 크나큰 상실감과 슬픔을 준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밝혔다.
전 회장은 1960년 한국선급 설립 이후 내부 출신으로는 최초로 조직 수장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신임회장 선거에서 주성호 전 국토해양부 2차관을 누르고 당선됐다.
지난해부터 해운조합 이사장을 맡아 온 주성호 해운조합 이사장도 전 회장과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주 이사장은 해운조합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해운조합은 2100여개 선사를 대표하는 해운 단체로 해수부로부터 위탁받아 ▲화물적재 상태 점검 ▲구명장비·소화설비 점검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확인 등 선박 안전운항 관리·감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총체적 관리 부실이 드러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여기에 주 이사장을 포함해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전직 관료출신이어서 한국선급과 함께 '해수부 마피아'의 본거지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
검찰은 전직 관료들이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안전검사 등 부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강도높은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한국선급의 전현직 임직원 8명을 출금금지하고, 선박 검사와 관련해 해운업체로부터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헤치기 위해 한국선급 직원들까지 칼을 겨눴다.
아울러 해운조합이 명절 때마다 해수부와 해경 간부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를 잡고 해운조합 본사와 인천지부를 압수수색하는 등 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 요직을 맡고 있는 해수부 출신 간부는 물론, 해수부 내부도 초긴장 상태다.
확실한 것은 두 기관 수장들이 사퇴했다고 이번 사고가 마무리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사고 이후 비정상적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해피아'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현재 해수부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중 11개 기관장(한국선급, 해운조합 포함)이 해수부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정홍원 국무총리도 세월호 침몰 사고에 책임을 안고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