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빠르게 늘어난 대신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일명 '임금 없는 성장'현상이 OECD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뚜렸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 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실질 임금과 실질 노동생산성이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실질 임금(사회보장기여금 포함)은 2007∼2012년 사이 2.3% 줄었고, 1997∼2002년과 2002∼2007년에는 각각 19.4%, 1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의 실질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2012년 실질임금은 99.5로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료를 얻을 수 있는 28개 국가를 보면 2012년(또는 2011년) 실질 임금이 2007년과 비교해 한국보다 더 많이 하락한 나라는 11개 국가였다.
위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비 매우 낮았다. 금융위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자료 비교 가능한 28개국 가운데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와 1인당 GDP가 세계 40위권 밖인 나라들을 제외한 18개국을 비교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 실질임금 상승속도가 한국보다 부진했던 나라는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박 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별 차이가 없었던 반면 명목 임금 상승률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급락한 결과 실질 임금의 정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근로자 수로 나눈 한국의 실질 노동생산성은 2007∼2012년 9.8%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실질 노동생산성은 비교 대상 18개국 중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노동생산성만큼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한국 근로자의 현실을 의미한다.
박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임금 없는 성장'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의 '임금 없는 성장' 현상이 가장 심각했다"면서 "실질 임금이 노동생산성에 맞춰 늘어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계로 흘러가야 할 몫이 부당하게 일부 대기업에 쌓여있는 것은 아닌지 봐야 한다"며 "중소기업을 살리는 문제, 최저임금 문제 등 경제민주화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박 연구위원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