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로 친구와 선배, 후배, 제자를 잃은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트라우마틱 로스(충격적 상실: Traumatic loss)'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홍현주(44·여)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23일 단원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1, 3학년 학생들과 2학년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나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 교사들의 심리적 상태에 대해 "자연스럽지 않은 상실을 겪으면서 감정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홍 전문의는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직후 안산단원고등학교에 설치한 상담심리치유센터에서 전문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현재 학생들은 친구들을 떠나보내는 애도감정 중에 있다"며 "슬퍼하거나 죄책감이 많고 분노도 느낀다. 어떤 아이들은 감정조차 표현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심리상태가 병적인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라는 것을 학생들의 치유를 위해 설명하고 있다"며 "모든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전문의는 "충격을 벗어나고 회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회복해서 학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적인 수업이 언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등교하더라도 곧바로 수업하지 않고 치유와 회복프로그램을 병행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애도기간(급성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장례 이후 1주일 정도를 급성기로 보지만, 단원고의 경우는 장례가 계속되고 있어서 급성기를 지나려면 1~2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사들의 상태에 대해서는 "정말 시급한 것이 교사들의 회복"이라며 "모두 굉장히 슬퍼하고 있지만, 충격 속에서도 학생을 돕기 위해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에서는 교사 80여명 가운데 14명이 2학년 수학여행을 인솔했다가 2명만 구조된 상태다. 구조 교사 가운데 기간제인 김모(여) 교사는 학교를 그만 둘 것으로 전해졌고 이모(여) 교사는 사고 당시 충격과 부상으로 8월이나 돼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학교는 전망했다.
단원고는 24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떠나보내기 등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다음날부터 1~4교시 수업을 한다. 사고 9일 만이다.
28일에는 1학년 학생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2학년 학생 13명이 등교할 예정이다.
홍 전문의는 "정상적인 학업을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교해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대화하는 것이 정신적 치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