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목사 설교사역 30주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가 남포교회(담임목사 박영선)에서 22일 오후 7시 진행됐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청년에서부터 60대의 성도까지 본당을 가득 채웠다.
박영선 목사의 설교를 흠모하는 한 후배 목회자가 '목사님, 어떻게 하면 목사님처럼 설교할 수 있어요?','저도 목사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성도들이 설교를 들어도 바뀌지 않아서 괴로워요' 등을 질문했다.
들어서 빨리 이해되지 않는 깊이 있는 답들이 박 목사에게서 흘러나왔다. 긴 질문에 많은 것들이 함축된 듯한 짧은 답변도 많이 있었다.
먼저 박 목사는 자신을 너무나 존경하는 후배 목회자 김관성 목사(덕은침례교회 담임목사)와의 대담 첫 질문의 답변 가운데 "저보고 훌륭하다 그러면 미친 사람들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고생하고 살았는데..."라며 "여러분들이 훌륭한 것이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박 목사는 "마틴 로이드 존스 때문에 정신을 차렸다"고 했다.
"저는 1976년에 신학교 1학년으로 들어가서 우연히 기독교서점에 들어갔다 로이드 존스의 산상설교를 만났어요. 그게 하나님의 은혜였다. 로이드 존스 목사님 로마서와 에베소서, 산상설교집을 가지고 가서 그걸 한국식으로 번안한 것 같이 (설교를)했다. 하는 동안 실력이 늘었다. 어느 때쯤 되니 (그의 설교가)저의 설교가 되고 더 나아가집니다. 흉내를 낸다는 것은 이런 일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방법인 것 같다. 실력이 늘 때까지 물이 바다를 채움같이 어느 수위가 되기 전에는 아무리 받아도 물이 안 찰 것 같지만 어느 날 문득 실력이 생긴다. 걱정하지 마시고 따라오기 바랍니다"
후배 목사는 "목사님께서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설교를 후배들이 넘어서 주기를 원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으신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 목사는 "조치훈 씨라고 일본 바둑계에 목숨을 걸고 두는 한국 기사가 있다. 그의 글 중에 나를 아주 놀라게 하는 글이 있었는데 '선배한테 지면 안 된다'는 글이었다. 선배를 이겨야 스승한테 보은(報恩)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스승이 제자를 만들어도, 제자가 자기를 딛고 총구를 떠난 총알같이 진전을 해야 한다. 후배가 선배를 디디고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며 "후배는 그 책임을 지는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고 안되면 (무덤에서라도) 벌떡 일어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후배 목회자는 다시 한 번 "된다는 얘기십니까? 안된다는 얘기십니까?"고 물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관성 목사는 "성도들이 악착같이 변하지 않는 것 같아 좌절스럽다"고도 했다.
그랬더니 박 목사는 "설교를 하거나 신앙의 스승으로서 최선을 다해서 (다른 사람의)신앙을 조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교인은 끊임없이 목사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하고 목사는 교인들이 듣지 않는다고 한다. 그건 아니다. 서로 딴소리한다. 목사는 자기 은혜받은 것만 말하고 성도는 은혜받은 말만 들어서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 듣는 사람은 없다. 단어 하나 빼서 듣고도 은혜받는다. 그렇게 은혜를 베푸신다. 하나님은"
박영선 목사는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자유주의에 도전받을 때 진리를 지켜내는 보수주의의 대표로 하나님께서 세우신다. 그러나 청중들은 (그의 설교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심하고 졸았을 것이다. 로이드 존스는 신이 나서 자기 사역을 감수했을 것이다"고도 했다.
그는 "제 설교가 좋다고 하지만 알아듣는 사람은 22%다. 이해하는 사람이 최고의 청중이 아니라 와서 녹아드는 사람이 최고의 청중이다"며 "대부분의 성도, 99%의 성도들은 누구에게 맡기고 사는 것이다. 어느 목사, 어느 구역장 하나에 맡기고 뒤따라 간다. 이게 하나님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은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목사는 "사실 주일마다 놀라. 30년 내내 놀라고 있어"라고 말했다.
"'다시 설교 들으러 올까. 자기편도 안 들어주고 막 뭐라고만 그래서 보내는데 나 같으면 안 올 텐데...'하는데 늘 아는 얼굴이 앉아있다. 제일 고마운 사람은 앞에 앉는 사람이다. 이 사람들은 제 편드는 사람, 저하고 싸우자고 하지는 않을 사람들이다. 야바위꾼이다.(웃음) 숨어서 보고 있는 사람은 아쉬워"
그는 "목사는 굉장히 담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과 맞서서 위협을 뚫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설교단에 서서 제정신으로 용감하기가 만만치 않다"고도 말했다.
김관성 목사는 박영선 목사의 설교에 대해 "한국교회가 지배하고 있었던 주된 설교 흐름과 다른 길을 걸어오셨다"며 "성수 주일과 술·담배 안하는 것을 신앙의 전부로 삼는 분위기에서 그런 외침을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해주셨다"며 그런 확신은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도 물었다.
박영선 목사는 "제가 자라나던 시기는 윤리가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그걸로 제가 죽어났다"며 "제가 볼 때 어른들이 인격에서는 신자답지 않으면서 옛날에 성수주일 술담배 안 하는게 전부라 그거 하나로 모두를 몰아가는데 죽겠더라"고 했다.
그는 "인생을 그거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만사형통하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는 못 살겠다 했는데 은혜를 주시니 성경에 질문과 도전·의심, 거기 하나님의 답하심이 있더라.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에 후배 목회자는 "그랬더니 성수주일도 술담배도 마음껏 넘어서서 할 수 있구나 하는 성도도 만나게 된다" 고 말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뛰어넘었나 보라. 강제력으로 하면 신앙이 생기지 않는다. 신앙이 크지 않는다. 은혜에 속한 것이 아니다. 그걸 핑계 삼아서 마음대로 하려면 해라. 그건 강제력이 아니고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야 하는 거라면 그게 그다음 메시지다. 더 중요한 텍스트를 가리고 있는 거라면 거둬버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서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20여 년 전에 전화가 와서 '어느 교회 장로인데 술·담배를 정리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하는 내용이었다. 젊은 목사한테 전화를 했다. 덕망있는 목사들한테 전화해서 욕을 먹어서 편들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 말을 알아먹어야 한다.(웃음)"며 본인의 대답은 "들키지 마세요"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강해는 '시편'이라고 했다. 박영선 목사는 "시편은 한편 한편이 다 욥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며 "욥기 42편을 딱 잘라서 시편을 하나씩 썼다고 하면 맞다"고 소개했다.
설교사역을 내려놓은 후의 노후의 삶에 대해서 박 목사는 "안 가본 길이니까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예수 믿은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고 어느 교회에 간다는 것도 예상하지 않았던 거다. 인생은 자기 계획과 취향 하나로 되지 않고 몰랐던 사람들과 묶여서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는 가운데 하나님이 일하신다"며 "가보겠다. 그 다음에는 뭐가 기다리는지..."라고 말하며 대담을 마쳤다.
김관성 목사는 "내 인생에 큰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