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안녕. 엄마 아빠 언니도 안녕. 손 때 묻은 책상, 정든 교실, 친구들과 수다떨며 거닐던 운동장 모두 안녕. 이제 나는 가요. 무서웠던 그 날의 기억은 잊고 따뜻한 곳으로 갈래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그 땐 오래오래 함께 같이 살자"
아직 하늘나라로 가기엔 너무 이른 나이. 못해본 일도 해야할 일도 많은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이 어른들의 부주의와 무능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20일 오전 8시40분께 경기 안산 동안산병원 장례식장.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경기 안산단원고등학교 고 전모(17)양의 영정사진을 반 친구가 가슴에 안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어두운 표정의 친구는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물었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입가에 미소를 띈 사진 속 전양. 손을 꼭 부여잡고 있던 어머니와 언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오열하고야 말았다.
발인을 마친 전양은 갑갑했을 지하2층 장례식장을 뒤로하고 검은색 리무진에 실려 학교로 향했다. 마지막 등굣길의 길동무는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들이었다.
마지막 학교 가는 길의 날씨는 야속할만큼 화창했다. 봄 햇살은 얼음장 같았던 물 속의 기억을 잊게 해주려는 듯 따스하게 내리쪼였다.
학교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론 전양이 생전에 가족들과 함께 거닐었던 안산천 산책로, 친구들과 옷을 사러 갔던 로데오 거리, 단짝 친구와 들렀던 떡볶이 가게가 영사기 속 필름처럼 지나갔다.
학교에 도착한 뒤 전양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말없이 2학년3반 교실로 향했다. 전양의 어머니와 아버지, 언니, 친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뒤따랐다.
교실에 들어서자 전양의 어머니는 딸이 앉아서 공부했던 책상을 더듬으면서 오열했다. 어머니는 이제 세상을 떠난 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울부짖었다.
황망하게 텅 빈 교실엔 가족과 친구들의 울음소리만이 가득했다.
전양의 마지막 등교는 이렇게 10분만에 끝났다. 교실과 운동장을 한 바퀴 돈 전양은 수원연화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전양은 한 줌 재로 변해 영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