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핀 꽃들아 제발 지지 말아줘"
19일 오후 8시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 다목적공연장. '세월호' 침몰 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기적적인 생환을 염원하는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이번 참사로 큰 피해를 본 안산단원고등학교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 등 1200여명은 이날 '촛불 기도회'를 열고 차디찬 바닷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을 후배와 선배, 제자와 선생님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 바람까지 불었지만, 그 간절함을 아는지 참가자들이 든 촛불은 단 한 개도 꺼지지 않고 캄캄한 밤하늘을 비췄다.
단원고 7회 졸업생인 임모군의 사회로 50여분간 진행된 기도회에서는 재학생 3명과 졸업생 3명, 인근 안산 동산고 전 총학생회장, 학교운영위원회 대표 등이 실종자들의 귀환을 희망하며 써내려간 편지를 낭독했다.
무대 위에 오른 단원고 3학년 정모(18)양은 "많이 힘들지 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자랑스러운 단원인들아, 어서 빨리 돌아와 예전처럼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웃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정양과 같은 학년의 신모(18)양은 "밤에 자려고 누우면 너희 생각에 잠도 오지 않는다"며 "기적이 일어 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신모(18)군은 실종된 교사들을 향해 "착하다 칭찬하시고 시험문제 힌트도 알려주셔야지 지금 어디 계시느냐"며 애통한 심경을 내뱉었다. 한 졸업생도 "선생님은 추운 곳에서 힘겹게 버티고 계시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는 것뿐이어서 정말 미안하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실종자들을 걱정하는 간절함은 졸업생과 학부모 등도 모두 한마음이었다. 한 학부모는 편지에서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했던 너희 판단을 누가 주저하게 했느냐"며 "마지막까지 침착하던 너의 모습에 눈물이 무거워 고개를 떨군다"고 죄책감을 토로했다.
단원고는 여객선 침몰 당일인 지난 16일부터 매일 오후 8시 교정에서 촛불기도회를 진행해오다 이날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소를 화랑유원지로 옮겨 열었다. 단원고는 20일도 이곳에서 촛불기도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