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의 3등 항해사가 위험 구간인 맹골수도 해역에서 조타키를 잡은 것은 해운사의 무리한 출항과 근무시간표를 조정하지 않은 안일함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일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출항 예정된 모든 여객선이 짙은 안개로 운항을 포기했지만 세월호만이 유일하게 예정보다 2시간 이상 늦게 출항했다. 그럼에도 업무시간표마져 조정하지 않아 위험구간인 맹골도와 송도사이 구간을 3등항해사가 맡게됐다.
세월호의 평소 운항이라면 위험 구간인 맹골도와 송도 사이 구간을 오전 6시~6시10분대, 사고 지점은 오전 6시 20분대에 지나가게 되어 있다. 이시간에는 1등 항해사가 조타지휘를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사고 당일은 세월호가 예정보다 2시간가량 늦게 출항하는 바람에 위험구간을 3등항해사가 맡는 오전 8시~낮 12시 사이에 지나게 된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관행적으로 1등 항해사는 오전 4~8시와 오후 4~8시, 2등 항해사는 오후 12~4시와 자정~새벽 4시, 3등 항해사는 오전 8시~낮 12시와 오후 8시~자정에 근무한다.
조타지휘를 맡은 시간은 맞지만 지연된 출항시간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세월호가 항로를 벗어나 평소보다 운항속도를 높인 것도 사고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에서 선장, 3등 항해사, 조타수에 대한 혐의로 운항속도를 줄이지 않고 무리한 변침을 해 선박을 침몰시킨 점을 적시했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씨는 "평소 직선 구간은 18~20노트, 위험 구간인 협로에서는 16~18노트로 운항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고 당일 항적운항 자료와 지난 11일 자료를 살펴보면 세월호가 평소보다 속도를 높인 것으로 확인된다.
4월 11일 항적자료에는 경도 125.50~125.55 사이 1분마다 찍히는 세월호 운항 기록좌표는 26개가 찍혀 있다. 사고 당일에는 22번만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좌표간 거리도 사고 당일이 길게 표시돼 있다. 이는 세월호가 동일 시간 이동 거리가 길었다는 뜻으로, 그만큼 속도가 높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고 당시 키를 조종했던 조모 조타수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 한다. 조 조타수는 "키를 평소처럼 돌렸는데 (평소보다)많이 돌아갔다"며 "실수도 있었지만 키가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속도가 느릴 때보다 빠를 때 '배가(카아) 잘 돈다'고 배테랑 조타수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