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김영주 총무)가 10일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담은 서신'을 발표하며,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로 한 마을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상의 무관심 속에 정부와 한전은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고, 4월 14일로 예정된 강제철거일이 다가오며 마을주민들은 심각한 공황에 빠져있다는 것.
지난 3월 22일부터 지역의 기독교계에서 부산NCC를 중심으로 127, 129호기 건설 예정지 진입로에서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를 위한 단식기도회가 40일 동안 진행되고 있고, 현재 많은 기독교인들이 단식기도회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현지 상황은 더 악화되어 4월 14일 127, 129호기 등 송전탑 건설 예정지의 움막을 자진 철거하라는 공고장이 부착됐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며 매일매일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미 이치우, 유한숙 두 분의 어르신이 스스로 귀한 목숨을 끊었고, 현재도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주민들이 있어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지에서는 제2의 용산참사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이상진 목사)가 4월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 새정치민주연합 양당 대표, 한국전력공사 사장에게 한국교회의 입장을 담은 서신을 보내어 일방적인 공사 강행을 중단하고, 주민들과 즉각적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진행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NCCK는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의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의 절규와 외침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계획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비정상적인 행위"라며 첫째, 송전탑 건설의 무리한 집행을 중단하고 즉각적으로 주민들과 대화에 나설 것과 둘째, 잘못 선정된 밀양 구간 송전탑 노선을 재조정하고 부분지중화를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NCCK는 각 위원회와 여러 단위별 지지방문과 함께 단식기도회에 참여하며 밀양주민들에게 연대를 표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이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의 의지를 모아 대응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NCCK 서신의 전문.
'밀양 765KV 송전탑 공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담은 서신'
온 생명을 살리시기 위해 죽음의 고난까지도 감내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조환익 사장님과 한국전력공사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교회는 밀양 765KV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인권과 안전이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자연환경은 무참히 훼손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기도해 왔습니다. 그동안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를 비롯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주민들 간의 갈등 상황을 바라보며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민으로서 편안한 삶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하고, 정부와 한전의 일방적인 공사 강행으로 인해 주민들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더욱이 한전에서 4월 14일까지 움막을 자진 철거하라고 공고한 이후 주민들은 언제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철거를 할지 매일 매일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순박하게 살아온 주민들이 왜 목숨을 걸고 극렬하게 싸우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숙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밀양 송전탑 사태가 또 다른 불행한 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래와 같이 정부와 한전에게 요청합니다.
1. 송전탑 건설의 무리한 집행을 중단하시고, 즉각적으로 주민들과 대화에 나서십시오.
정부와 한전은 여러 차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대화가 아니라 반복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을 뿐입니다. 정부와 한전은 송전탑 건설의 무리한 강행을 중단하고,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주민들과 즉각적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재개하여 주십시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생각으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십시오.
2. 잘못 선정된 밀양 구간 송전탑 노선을 재조정하시고, 부분지중화를 검토하십시오.
처음 선정되었던 밀양 구간 송전탑 노선이 무슨 일 때문인지 재조정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마을 주민들이 반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공사 구간을 처음 계획되었던 노선으로 재조정하든지, 그것이 어렵다면 부분 지중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주십시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고 공사기간이 길어진다 하더라도 정부와 한전은 주민의 생명과 생존권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765KV 송전탑 건설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부디 한국교회의 입장을 잘 새겨듣고, 지금이라도 송전탑 건설과 관련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정부와 한전, 그리고 주민들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4년 4월 1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김 영 주
생 명 윤 리 위 원 회
위 원 장 이 상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