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 중에는 통일비용이 많이 드는데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기자 질문에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하였다. 이처럼 대통령의 '통일 대박' 발언 한마디에 연일 언론매체를 통하여 그동안 잠잠했던 통일담론이 넘쳐나고 있다. 여느 때와 달리 통일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이처럼 '위력적'이고 일거에 세인의 관심을 끈 적은 드물다.
그러나 통일이 아무리 민족적 숙원이라 할지라도 결코 성급하게 다루어져서는 안 될 사안이다. 자칫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더 큰 민족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통일은 단순히 분단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근 70여 년에 걸쳐 이질화된 남북한 구성원들의 동질성을 복원하고 훼손된 민족정체성을 바로 세우면서 새로운 국민국가로 형성해 가는 창조적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통일 대박론'은 지극히 물질적인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통일비용에 부담을 가지고 있거나 통일에 별반 관심이 없던 다수의 사람들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통일의 또 다른 일방인 북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대남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사람들에게는 더 큰 기대를 갖게 했을지는 모르나, 가장 값싼 체제 유지 방도로서 핵미사일 무장에 올인 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금번 '한미 키 리졸브 · 독수리 연습' 기간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로켓을 퍼붓고 있는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우리가 원하는 통일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 시점에 통일한국의 준비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세상사람들은 물질적인 '통일 대박'에 관심을 쏟을지라도 우리 기독인들은 북한사람들의 영혼을 구하는 '복음적 평화통일'의 길을 닦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것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소망하며 저들에게 육의 양식과 함께 '생명의 떡'을 공급하는 일이다. 복음을 앞세워 북한 땅으로 들어갈 때,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궤를 앞세워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것(여호수아 3:6-17)과 같은 놀라운 역사를 보게 될 것이다.
물질만으로 북한을 돌이켜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국교회는 야곱이 형 에서와 화해를 이룬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물질을 앞세워 에서의 마음을 달래려 했던 야곱은 나중 그것이 여의치 않음을 깨닫고 하나님께 간절히 매달렸다.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며 그분의 영광의 얼굴을 보았고, 에서가 야곱의 얼굴에서 그 영광의 빛을 보았을 때 비로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창세기 32:24-33:17). 한국교회 역시 먼저 하나님과 씨름하며 그분께 간절히 매달려야 한다. 그리할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도 영광의 빛을 비추시사 먼저 한국교회가 하나 되게 하시고, 나아가 한국사회의 통합을 허락하실 것이며, 마침내 북한의 마음을 움직여 '복음적 평화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다.
글ㅣ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 원장(기독교통일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