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에 총 22억 달러(약 2조2900억)의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삼성과 애플간 2차 소송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애플의 손해 사정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벨투로는 애플이 약 22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특허 침해 배상액의 근거가 되는 시점은 2011년 8월부터 2013년 말까지의 기간이며, 이 기간 동안 삼성은 미국 시장에서 37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를 판매했다. 총 매출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순 계산해도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 한 대당 약 60달러 가량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벨투로는 "스마트폰 시장이 막대한 수요로 인해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구가하던 상황에서 발생한 특허 침해의 범위와 시기를 감안해 볼 때 22억 달러의 배상금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삼성은 특허 침해로 가장 큰 혜택을 입게 됐고, 이로 인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의 수요는 감소했다며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특허 역시 삼성이 취약한 분야인 소프트웨어 기능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날 재판에서 애플측 변호인단은 삼성을 혁신을 가로막기 위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강구한 기업으로 묘사하기 위해 2010년 작성된 삼성의 내부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애플측은 이메일에 담긴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 사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삼성이 이동통신 사업자들을 계속 만족시키기 위해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면서 '디자인 위기'를 맞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이 당시 아이폰과 삼성 스마트폰이 '하늘과 땅 차이'라고 언급한 내용도 강조했다.
애플은 또 2011년 9월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부회장(당시 CEO)이 삼성의 미국 모바일 법인을 방문한 당시의 또 다른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애플을 제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애플을 제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애플이 가하는 위협은 매우 실제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애플의 배상금 규모를 두고 전문가들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측 변호인들은 애플의 요구가 특허 침해 주장의 "범위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심한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도를 넘고 있다는 인식을 강조하기 위해 삼성은 자사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특허 2건을 애플이 침해했다면서 약 700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제시했다.
독일 지적재산권 전문 블로그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특허전문가 플로리안 뮐러는 "(애플의 과도한 요구는)그야말로 제정신을 잃은 행동"이라며 "모든 특허에 대해 이와 같은 특허료를 인정할 경우 특허료가 스마트폰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애플은 '데이터 태핑 특허'와 관련한 손해배상으로 삼성전자에게 대당 12.49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서 애플은 모토로라와의 특허소송에서 데이터 태핑 특허로 1대당 0.6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같은 특허를 놓고 모토로라에 보다 20배 넘는 배상액을 삼성전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애플의 진의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이번 소송전에서 궁극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만든 구글진영 전체"라며 "애플이 소송에서 승리하면 '애플세(稅)' 지급이 현실화, 결국 스마트폰 소비자들도 피해를 보게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